위로가기 버튼

“소밥 주다 개밥 줘~” 칠곡 ‘할미넴’이 떴다

김락현기자
등록일 2023-07-11 20:19 게재일 2023-07-12 5면
스크랩버튼
 ‘칠곡할매글꼴’ 할머니들<br/> ‘래퍼·힙합 댄서’로 변신<br/>  작년 9월부터 연습 매진<br/>  직접 가사 쓴 랩 4곡 완성<br/>‘1080 힙합 페스티벌’ 공연 
“고추 따던 할매들 땅콩 캐던 할매들. 우리도 랩을 해 계속해서 뱉을래. 소밥 주다 개밥 줘. 개밥 주다 소밥 줘. 그래도 난 연습해 랩을 매일 연습해.”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칠곡군 할머니들이 칠곡할매글꼴 제작에 이어 래퍼로 변신해 힙합 공연을 펼쳐 화제다. <사진>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 법정문화도시 ‘우리 더해야지’사업으로 칠곡군 북삼읍 어로1리 마을 공연장에서 열린 ‘1080 힙합 페스티벌’에서 칠곡 할머니들이 래퍼와 힙합 댄서로 변신했다. 이날 10대 청소년과 평균 연령 77세인 보람할매연극단 소속 어로1리 할머니 9명이 힙합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랩을 뱉어냈다.


장병학(87) 할머니는 홀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고, 최순자(78)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와 함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해 200여 명의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어로1리 할머니들은 손주와의 소통은 물론 마음만은 젊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랩에 도전하기로 하고 작년 9월부터 연습에 매진했다.


할머니들의 스승은 대구 출신 힙합 뮤지션인 래퍼 탐쓴(30)과 성인문해강사로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황인정(49)씨가 맡았다.


래퍼 탐쓴은 한 달에 다섯 차례 정도 마을회관을 찾아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쳤고, 할머니들이 작성한 가사를 라임이 있는 랩 형태로 바꿨다.


할머니들의 열정에 가족들도 응원하고 나섰다. 손주들은 할머니들의 가정교사로 나서 랩과 힙합을 함께 연습했다.


10개월 걸친 할머니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할머니들의 일상과 삶은 마을을 소개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4곡의 랩을 완성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할머니들의 랩과 힙합은 앞으로 지역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물론 각종 행사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송자(78) 할머니는 “며느리도 못 하는 랩을 내가 하게 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TV에 나오는 랩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손주와 친해지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