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지방시대위, 자문만으로는 성과 못낸다

등록일 2023-07-11 19:14 게재일 2023-07-12 19면
스크랩버튼
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국회에서 야당에 발목이 잡혀 진통을 겪어왔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드디어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1년 2개월 만이다.

대부분 지방언론들은 지난 10일 업무를 시작한 지방시대위 기사를 1면 주요뉴스로 처리하며 환영했다. 그런데 예상은 했지만, 서울지역 주요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개막에 대한 수도권의 냉소적인 시각을 여실히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전 영남대·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초대 사령탑을 맡은 지방시대위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분권 정책과 국가균형발전을 총괄하는 국가 조직이다. 향후 5년간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윤 대통령의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균형발전 시책과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로선 앞으로 지방시대위에 국정에너지가 쏠려야 그나마 인구 소멸과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우 위원장은 위원회의 3대 과제로 분권형 국가경영시스템 구축, 지방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회발전특구 추진, 우수한 지방인재 양성을 제시했다. 비수도권 지방정부들은 한결같이 이 과제들이 잘 풀려서 ‘우동기호 지방시대위’가 큰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정치권력과 언론이 외면하는 지방시대위가 과연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어디에 살든 기회가 균등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미래세대의 주요자산이 될 첨단산업이나 초일류 인재를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발표된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다. 정부는 300조원 넘게 투자되는 세계 최대의 이 클러스터를 경기도 용인에 조성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이 흐름에 맞춰 수도권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첨단·신기술 분야 석·박사 정원을 1천300여 명 증원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본계획 발표도 시한을 넘겨버렸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 중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하다. 수도권에 인구 51%가 밀집해 있고, 상위 1천대 기업의 74%가 수도권에 있다. 지금처럼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2050년쯤에는 전국 시·군·구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지방시대위가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줘야 한다. 위상이나 기능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 자문기구로 존속하는 한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철우 대한민국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경북도지사)도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직후 부총리급 ‘지방균형발전부’ 신설을 공론화한 적이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일하는 정부 행정기구가 필요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방시대위가 악조건 속에서도 ‘지방균형발전부’와 같은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심충택 시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