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의학이라는 과학을 앞세워 질병과의 끝없는 전쟁을 벌여왔다. 그 덕에 인류는 100세 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보다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이 더 많다.
질병에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지만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질병의 하나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한 인간의 과거사를 몽땅 앗아가는 질병의 특성 때문이다. 노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으로 “신이 내린 가장 잔인한 저주”라는 별명도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처음 보고된 것은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서다. 기억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다가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기능에 이상이 번지면서 궁극적으로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병이다.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이나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도 그의 가족을 기억하지 못한 채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60년대 스타배우 윤정희도 프랑스에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가운데 치매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유명했거나 화려한 스타였다는 사실은 그들에겐 무의미한 일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5천500만명이던 세계 치매환자가 2050년에는 1억3천900만명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치매극복에 대한 인류의 도전이 여러 번 좌절된 가운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를 승인했다는 낭보가 날아 들었다. FDA는 “미국과 일본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레캠비가 임상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효과가 있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게 입증됐다”고 했다.
대중화 단계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인류의 치매 극복 노력에 서광으로 기록됐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