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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부대

등록일 2023-07-06 18:04 게재일 2023-07-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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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지게는 우리나라 전통의 운반 도구다. 지금은 시골에서조차 보기 힘들지만 60∼70년대 만해도 도시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운반수단이다.

이런 한국 고유전통의 운반수단인 지게를 짊어지고 전쟁을 치른 부대가 있었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그러나 6·25 전쟁에서 지게를 짊어지고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를 누빈 부대원이 수 만명 실제로 존재했다. 그들을 두고 역사가들은 숨은 영웅이라 불렀다.

지게부대원은 탄약과 연료, 식량보급품 등을 지게에 매고 산악지대에서 전투 중인 부대로 물자를 보급했다. 45kg 정도의 보급품을 지게에 지고 하루 16km 이상의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부상자를 운반하는 일도 빈번하게 했다.

워싱턴 DC의 한국전쟁기념공원에는 지게부대가 탄약을 운반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다부동 전투에서 총탄을 뚫고 식량과 탄약을 실어나르는 지게부대를 보고 유엔군은 “전투의 절반을 그들이 했다”고 극찬했다.

이들 부대의 정식명칭은 한국노무단(Korea Service Corps)이다. 미군들은 지게가 A를 닮았다고 A프레임 군대(A Frame Army), 혹은 A특공대라 불렀다. 그들은 군번이나 계급장도 없이 전쟁에 참여한 민간인들로 10대 소년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미국국립문서 기록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중 지게부대원 2천64명이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7일 6·25 영웅 백선엽장군 동상이 세워진 날 그 옆에 다부동 전투 참전 주민위령비가 세워졌다. 위령비에는 “다부동 전투에서 산화한 지게부대원에게 바칩니다”라는 글이 실렸다.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영웅을 기리는 비(碑)여서 감회가 더 깊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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