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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 사업은 지방대를 구할까?

등록일 2023-06-26 17:58 게재일 2023-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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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글로컬’은 세계적이라는 뜻의 ‘글로벌(global)’과 지역적이라는 뜻의 ‘로컬(local)’을 합친 신조어다. 이 용어는 지역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향하고 있다. 한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유행했지만, 이제 ‘한국’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시즌 정도를 제외하면 더이상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상상되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역 사이의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벽을 허물고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 갈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사업을 ‘글로컬대학 사업’이라 명명하여 진행하고 있다. 2026년까지 총 30곳의 지방대를 지정해서 학교당 5년 간 총 1천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15곳의 예비지정 대학이 발표되어 대학가에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지방대학을 지원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다. 문제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현재의 형태로 강행될 경우, 지원받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사이의 격차가 훨씬 더 커진다는 점이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일시적으로 신입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것도 지원금을 교부받는 동안의 한정적 효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5년 동안 글로컬대학 미선정 대학들은 고사하고, 지원금이 끊기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황폐해진 지방 학술생태계에 몇몇 대학만 외롭게 남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학문적 관심사를 가진 지방 연구자들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서울-수도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지방대학의 소멸은 가속화된다. 지방대학 문제가 단지 예산 부족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예산 문제는 지방대학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 불과하다. 문제의 근원은 서울-수도권 중심주의와 학벌주의에 있다. 물론 재단 자체에 문제가 있는 부실대학의 경우 솔루션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별지원을 통한 대학 수 줄이기가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학생과 교직원만의 공간이 아니다. 대학은 캠퍼스가 위치한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지방대학이 폐교되면 그 지역 전체가 폐허로 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폐허는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도 크다. 대학이 교육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활력을 잃어가는 지방대학을 시민교육을 위한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연구되어야 한다.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은퇴자 중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배움의 열의를 가진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배우고, 이를 통해 은퇴 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정책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는 매년 배출되는 석·박사 학위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책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때가 도래했다.‘대학의 벽을 허문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대학 간의 기계적 통합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 기능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일에서부터 탐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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