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최경환 전 부총리 등판 굳어져… 국힘 공천 여부 ‘태풍의 눈’

박형남 기자 · 고세리 기자
등록일 2023-06-22 21:00 게재일 2023-06-23 2면
스크랩버튼
내년 총선 경북 ‘핫플레이스’ 여론조사 - 경산<br/>국정농단 명예회복 노리는 최경환, 40% 콘크리트 지지층 확인 자신감<br/>“중도층 표심 악영향·무소속 바람 부담” 공천 놓고 여권 내부 갑론을박<br/>재선 의지 불태우는 윤두현 의원, 지역 밀착행보로 인지도 높이기 박차

최근 대구·경북(TK) 지역 정가에서의 ‘핫플(핫플레이스, 주목받는 곳)’지역구는 경산이다. 22대 총선 경산지역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등판할 가능성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 부총리는 이 지역에서 4선을 지냈다. 경산은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재선에 성공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을 만큼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가 인색했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만은 예외였다. 그는 지역의 탄탄한 기반을 발판으로 중앙정치권에서도 이름을 날렸고, 경산에 예산도 많이 끌어왔다. 그랬던 그가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몰려 영어의 몸이 됐다가 돌아오자 자연스레 시선이 쏠리고 있다. 관심은 그가 다시 정치를 할 것인가의 여부다. 지금 경산에선 최 전 부총리가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 출마한다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무소속으로 나올 것인지 부터 당선 가능성 등 하마평이 무성하다. 시간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최 전 부총리 정치재개 기정사실로

최 전 부총리는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정치는 더 이상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이 정치인을 만나 조언을 듣는 단계까지 왔다.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 국민의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 공천’이 단초를 제공했다고 한다. 당시 시장선거 공천을 앞두고 최 전 부총리는 후보 간 경선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후보는 1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윤두현 의원은 너무 과열됐다며 단수 공천으로 결정해 버렸다. 최 전 부총리는 주변에 섭섭함을 토로했고, 한때 자기 사람이라고 믿었던 윤 의원과도 멀어졌다. 이후 정치 재개 이야기가 부쩍 무성해졌고 지금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본지가 이번에 실시한 여권 성향 후보 지지도 조사만 놓고 보면 경산에서 최 전 부총리의 입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는 37.9%를 받아 다른 경쟁자들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경산지역 현역의원인 윤두현 의원은 19.6%, 대통령실에 몸담고 있는 조지연 행정관은 4.9%를 받았는데 두 사람을 합해도 최 전 부총리에 미치지 못한다. 최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는 절반에 가까운 47.4%를 얻었다. 현재 무소속이지만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 의원은 31%, 조 행정관은 5.3%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윤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최 전 부총리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의 결과였다. 경산도 국민의 힘 정당지지도가 워낙 높아 무소속 도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대 1로 대결이긴 했지만 결과는 최 전 부총리가 39.5%의 지지를 받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26%를 기록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접전 양상이었다. 최 전 부총리 46.2%, 윤 의원 40.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공천을 놓고 실시한 윤두현·조지연 간 1대 1 가상대결에서는 윤 의원이 28.9%를 받아 13.9%의 조 행정관을 따돌렸다.

이번 조사가 실시되는 동안 최 전 부총리 측은 본지에 ‘국민의 힘과 무소속 대결’이라면 국민의힘을 밀어주는 결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어필했다. 그러나 결과가 최 전 부총리에게 유리하게 나오면서 내년 경산 총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40% 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인한 최 전 부총리는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최근 지지자들도 최 전 부총리에게 지역발전과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재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말 최 전 부총리의 특별사면이후 지지자와 학교 동기회, 자생단체 등에서는 최 전 부총리의 사면복권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당시 최 전 부총리 는 경산 시민들에게 “인고의 세월이라는 옥중 생활이었지만 경산·청도지역 지지자들이 늘 함께 해 주신 덕분에 4년 3개월, 1천550여 일 동안 양심의 법정, 진실의 법정에서는 떳떳하다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견딜 수 있었다”고 감사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최 전 부총리는 최근 국회의원은 물론 지역민들과 수시로 만나면서 22대 총선 출마 명분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윤두현 의원 재선 도전 빨간불

이런 상황 속에서 최 전 부총리의 국민의힘 공천 여부는 향후 관심거리다. 그는 적폐 세력으로 심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다면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데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경북(TK) 지역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당 지도부가 고심 끝에 박 전 대통령 사람인 그에게 공천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 전 부총리가 무소속 출마해 박 전 대통령이 적극 지원할 경우 무소속 바람이 대구 경북에 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부담스런 과제다.

최 전 부총리의 지지세가 확인되면서 재선에 도전하는 윤두현 의원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는 여권 성향 후보 지지도 조사는 물론 최 전 부총리와의 1대 1 가상대결에서조차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재선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윤 의원은 최근 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어 국회 입법 활동 상황을 알리거나 방송 패널로 출연해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는 등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주말에는 지역 행사장을 찾아 지역 밀착행보를 보이며 재선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가 공천장을 준 시·도의원들도 윤 의원에게 힘을 보태고 있고, 당원 가입 등 일선에서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윤두현 의원과 국민의힘 공천을 놓고 겨뤄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대통령실 조지연 행정관은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으로, 갈수록 주가가 높아질 수도 있다. 그는 대통령실에 몸담고 있어 활동이 제한적이나 이번 조사에서 4.9%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국민의힘 공천을 놓고 윤 의원과 벌인 1대 1 가상 대결에서도 13.9%를 받아 언제든지 우량주로 부상할 수 있다. 하양읍 출신으로 30대 중반인 조 행정관은 초·중·고·대학을 지역에서 나온 토박이로 박근혜 경선후보 청년보좌역, 청와대 4년, 중앙당 부대변인, 윤석열 당선인 비서실에서 메시지팀 팀장을 지내는 등 중앙정부 시스템 및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대통령실 내 근무하는 TK인사 중 몇 안되는 윤석열 사단이기도 하다. 조 행정관은 현재 출마 여부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본지 여론조사가 실시된 후에도 “부담스럽다.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처신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TK) 출신으로 한동안 경산 출마설이 나돌던 한무경 의원(비례대표)은 경산에선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의원은 운영 중인 기업이 경산에 있어 한때 경산 출마 이야기가 나왔었다. 한 의원은 경북매일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경산 출마설은 낭설”이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국힘 지지층 이미 지지후보 정한 듯

여권 성향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후보 없음(23.9%)’, ‘잘 모름(6.9%)’의 응답은 30.8%였으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13%(지지후보 없음 7%, 잘 모름 6%)가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부분도 주목대상으로 꼽힌다. 이 정도 수치로 봤을 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이미 마음 속에 지지후보를 정해놨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이 10개월여 남은 상황이지만 경산지역 선거 열기는 이미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56.7%로 우위를 나타냈고, 민주당 18.4%, 정의당 1.4% 순이었다. 정당 지지도만 보면 국민의힘 공천을 거머쥐는가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경산지역 선거는 대혼전이 불가피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에브리씨앤알 김종원 대표는 “윤 의원이 전국위원회 의장대행으로서 비대위 전환에 핵심적 역할을 했지만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선 없이 측근을 단수공천 함으로서 당원들의 반발을 자초했다”며 “이후 이같은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것이 현재 지지율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 전 부총리의 1강 흐름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는 변수가 너무 많아 아직 속단은 이르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18.4%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지난 총선에서 27.18%를 얻은 전상헌 전 한국가스공사 비상임이사(전 경산지역위원장)을 제외하고는 거론되는 인물이 마땅치 않다. 전 전 비상임이사도 당내 상황 등으로 인해 출마 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전 전 비상임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보당 남수정 경북도당위원장이 출마를 전제로 활동 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번 조사는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경산은 17~18일 진행했으며, 경산지역 유권자 만18세 이상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3.5%포인트다.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5%다. 

조사개요 = 이번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5.0%다. 피조사자 선정은 통신사로부터 무작위 추출 제공받아 휴대전화 가상번호 2만4천명(SKT: 7천200명 KT: 1만 4천400명 LGU+: 2천400명)을 사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portal/main.do)와 에브리씨앤알 홈페이지(https://blog.naver.com/everycnr1990)를 참조하면 된다.

/ 박형남·고세리기자

정치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