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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대전’ 우병우 35.1%-박형수 33.5% 박빙 승부

박형남 기자 · 고세리 기자
등록일 2023-06-22 21:00 게재일 2023-06-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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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경북 ‘핫플레이스’ 여론조사 - 영주·영양·봉화·울진<br/>친박 우병우·현역 박형수 ‘양자대결’ 성사땐 오차범위 초접전 양상<br/>여권 성향후보 지지도 조사서도 우 前 수석이 6%p 내외 앞선 상황    <br/>출신지역으로 나뉜 ‘영주·봉화’ - ‘영양·울진’ 지역별 득표 편향성 커

◇우병우 전 수석 발언으로 정치권 ‘핫플’로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는 혈연, 학연, 지연 등이 작용하는 농촌지역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거기다가 영주와 봉화는 한 울타리와 다름 없고 울진은 동해안권역이면서 한동안 영양과 한 선거구로 묶였던 터라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인다. 이에 영주 출신 후보와 울진 출신 후보가 맞붙을 경우 지역출신에 대한 선호도와 인구수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기 십상이다. 현재 이 선거구의 출마예정자가 양쪽 출신으로 갈린데다 박근혜 정부 당시 실력자와 현직 의원간의 접전이 예상되면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에서 민정수석을 역임한 우병우 변호사가 한 발언으로 말미암아 전국에서 핫한 지역구로 떠오른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놨다. 고향인 영주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영주에서도 그렇게 저한테 자꾸 ‘자백’을 받으려고 하는데, 영주 사람들한테도 거기까지만 (하자고) 얘기한다”면서 “말이라는 건 한 번 해놓으면 지켜야 되는 것이지, 한 번 말했다가 뒤집고 떠보고 하는 건 제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영주를 찾는 발걸음을 주저하고 있다. 다만, 우 전 수석의 인터뷰가 나간 후 영주·영양·봉화·울진 지역에서는 그의 출마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 ‘여권의 악재’ 등 호사가들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지역의 현역은 박형수 국회의원이다. 그도 서울법대와 검찰을 거쳤다. 우 전 수석이 정치권에 발을 담근다면 서울법대와 검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검사 대전’이 불가피하다.

본지가 창간 33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권 성향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우 전 수석이 현 지역구인 박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 전 수석이 30.3%를 기록했고 박 의원 23.9%, 김관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중앙윤리위원장 5.6%,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 4.4%였다. ‘지지후보 없음(20.5%), 잘 모름(7.8%)’등 부동층은 28.3%로 집계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의 움직임이 최근 포착되면서 이들을 두고 ‘영향력이 없다’며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으나, 이번 조사 결과는 여론의 추이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 지역구에서 눈에 띄는 것은 후보들마다 지역별 득표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예상 후보자의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는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반면, 연고가 옅은 지역에선 낮게 집계됐다. 실제 여권 성향 다자대결에서 우 전 수석은 영주시와 봉화군에서 각각 35.4%와 37.6%를 얻으며 15.8%, 20.2%를 기록한 박 의원을 앞섰으나, 박 의원은 영양과 울진에서 33.2%, 40.2%의 지지를 받아 우 전 수석을 제쳤다. 우 전 수석은 울진에서 16.9%, 영양에서 24.3%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영주·봉화-영양·울진, 인구싸움 되나

이 흐름은 총선 때까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주와 봉화는 행정구역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 특성을 갖고 있고 그동안 정치 이력을 보면 정치 성향도 엇비슷하다. 실제 봉화군의 중심지역은 영주 시내버스로 10분 거리에 인접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인근 영주시내로 출퇴근하거나 봉화의 학생들 중 상당수는 영주로 진학하고 있다. 우 전 수석 역시 봉화에서 태어났음에도 영주에서 교사로 재직한 아버지를 따라 영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향이 울진인 박 의원에게 남은 숙제는 인구수다. 우 전 수석이 앞서고 있는 영주와 봉화의 인구는 총 11만6천302명으로 박 의원의 지지가 높은 영양·울진의 인구 총 5만6천357명 보다 2배 가량 많다. 영주시의 단독 인구만 8만8천745명을 차지하고 있어, 막상 선거일이 다가오면 이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우 전 수석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지지정당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 39.2%가 우 전 수석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박 의원은 31.1%로 나타났다. 우 전 수석에 대한 호불호도 있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향수가 강한 지역 특성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혹은 명예 회복을 바라는 지역민들이 의사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 전 수석의 무소속 출마를 전제로 박 의원과 양자대결을 하면 두 사람의 격차는 좁혀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 전 수석이 35.1%를 기록해 33.5%의 박 의원보다 1.6% 앞서기는 했으나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이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절대 다수인 곳에서 우 전 수석이 무소속으로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심각한 고민을 떠안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설문의 지역별 격차 역시 다자대결 구도와 비슷한 양상이 나왔다. 영주시와 봉화군에서는 우 전 수석이 각각 39.7%, 40.6%로 선두를 차지했고 영양군과 울진군에서는 박 의원이 50.2%, 49.7%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또 우 전 수석은 무소속 상태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로부터도 41.4%의 지지를 받아 45.4%를 얻은 박 의원과 엇비슷했다. 우 전 수석의 지지기반이 확인됨에 따라 국민의힘으로서는 앞으로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이 공천 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시 최경환 전 부총리 등 친박계 인사들과 손을 잡고 TK총선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과의 공천 경쟁에서는 다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박 의원은 김관하 전 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37.7% 대 10.1%로 여유롭게 앞섰다. 영주에서 초·중·고를 거쳐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김 전 위원장은 사법연수원 30기로 국내 최고의 엘리트 법무법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10년 넘게 변호사로 활약했으며 지난 2015년부터 서울 종로구에 ‘법무법인 이제’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서울에서 전문직으로 활동하던 그가 지난 5월 영주에 법인 분사무소를 개소하고 지역민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지역에서는 그가 총선 출마를 위해 고향으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시절부터 중앙윤리위원장으로 활약하며 정치 경험을 쌓아왔으나 선거에 출마한 적이 없어 현역 의원 대비 인지도가 다소 낮은 것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임종득 안보실 2차장 하마평도 주목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의 대결에서도 박 의원은 37.9%로, 11.3%를 얻은 임 제2차장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임 제2차장도 아직 직접적인 출마 의사를 밝히거나 하진 않았으나 현 정부에서 제2차장으로 임명된 인물로 영주 출신인 점이 주목받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방산 4대 수출강국’을 위해서는 임 제2차장의 역할이 막중해 그가 지역 국회의원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 제2차장은 민관협력 ‘K-방산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 주도의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이끌고 있으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전문가로서 사상 최대 규모의 폴란드 방산 수출을 이끌어 내는데도 공을 세웠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에서 정책·전략 기획 분야를 주로 담당했던 ‘국가안보분야 정책통’인 그는 윤석열 정부의 안보태세 강화와 국가위기관리를 총괄하는 중임을 맡고 있어 실제 출마 가능성은 아직 안갯속이다. 하지만 그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경우 지금은 지지세가 미약하나 현 정부 쪽 인물인데다 지역 출신 의원을 염원하는 영주시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확률도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여론조사에서 후보군에 넣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황재선 영주·영양·봉화·울진지역위원장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으로 출마해 국민의힘 텃밭에서 21.07%라는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영주 출신인 황 위원장은 영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서울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다. 현재도 왕성한 활동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 어떤 변수를 가져올지 기대되는 인물이다.

영주·영양·봉화·울진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60.2%로 조사됐다. 지지정당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부동층이 16.5%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표심 향배 역시 관심사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은 18.9%, 기타정당 2.4%, 정의당 2.0%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영주.영양.봉화.울진은 17~18일 진행했으며, 영주.영양. 봉화.울진 지역 유권자 만 18세 이상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3.5%포인트다.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6%다. 

조사 개요 = 이번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6.0%다. 피조사자 선정은 통신사로부터 무작위 추출 제공받아 휴대전화 가상번호 2만3천52명(SKT: 6천999명 KT: 1만 3천801명 LGU+: 2천252명)을 사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portal/main.do)와 에브리씨앤알 홈페이지(https://blog.naver.com/everycnr1990)를 참조하면 된다.

/ 박형남·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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