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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가 다자녀인 시대

등록일 2023-06-22 18:35 게재일 2023-06-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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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자녀 출산과 관련한 표어를 시대별로 나열해 보면 그 시대의 출산 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이다. 이때 유행한 ‘3.3.35 운동’은 3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는 운동이다.

1970년대 와서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다. 두 자녀만 갖자는 캠페인이다. 2000년대 들어서 등장한 가족 캠페인은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 “한 자녀보다 둘, 둘보다 셋이 더 행복합니다”는 것이다.

출산 캠페인에서 시대적 흐름의 격세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 결혼한 부부가 한 자녀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의 절대적 이유다. 합계출산율은 OECD국가 중 꼴찌며 OECD 평균의 절반도 못 따른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로서 위기감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넓게 확산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개선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출산율은 해마다 되레 낮아지고 있다.

구미의 어느 목사 부부가 12명의 자녀를 거느리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다섯 쌍둥이를 낳은 어느 군인 부부의 육아 이야기가 젊은 세대들한테는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올들어 다 출산 장려책으로 각 지자체가 다자녀 기준을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있다. 대구시도 현재 3자녀 이상 기준을 2자녀 이상으로 낮추는 것을 두고 고민 중이라 한다. 기준을 완화하면 각종 혜택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두 자녀를 다자녀라 부르는 어색함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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