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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과 마음

등록일 2023-06-21 18:14 게재일 2023-06-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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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사교육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다. 처음에는 오후 2시에 학교를 마친 아이를 돌봐주는 ‘보육’의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시간이 좀 지나자 초점은 ‘교육’에 맞춰지게 되었다. 영어는 기본으로 배워야 하고 활동적인 아이 특성을 고려해서 체육 활동도 넣어주고, 아이들의 감수성 발달에 좋은 피아노나 미술 같은 예술 계열 교육도 빠질 수 없다. 대충 이렇게 일주일 사교육 일정을 짜게 되면 월 80여만 원 정도가 된다.

당연히 아내와 나는 이게 올바른 방향인지 질문한다.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이렇다면, 중·고등학교는 어떤 상황일지. 그렇지만 사교육의 굴레를 벗어나기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사교육을 받는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게 할 수 없다는 부모의 마음이 사교육을 끊지 못하게 한다. 수도권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특목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따로 존재하고, 부모는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끌려가게 된다고 한다.

지난 3월 발표된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교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 사교육비는 26조로 역대 최고액을 돌파했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이후 2년 동안 전년도 대비 34%나 급격히 증가한 사실이다.

아이를 낳지 않아서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증가하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런 결과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거나 1명만 낳는 현실을 반영한다. 뒤집어 말해서 젊은 세대가 아이를 2명 이상 낳기 위해서는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최근 교육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다시 사교육비 문제가 화두가 되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서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지시한 대통령의 말을 교육부 장관이 쉬운 수능으로 이해해서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늦게나마 사교육비 문제를 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발언이 문제해결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1970년대에 사교육 금지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못했고 이후 사교육 시장은 갈수록 팽창해서 지금에 도착했다.

정부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사교육 금지정책을 폈음에도 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지 분석이나 했을까? 사교육 문제는 단순히 대통령의 말이나 정책 하나로 해결할 수 없다.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누적되고 얽힌 문제가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 집도 사교육을 끊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현재로선 서울에 가지 않고 지역에서 상대적 자유를 느끼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수도권에서 더 큰 사교육 시장의 굴레를 벗어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사람들의 심리를 어떻게 바꿀 수 있냐이다. 사교육을 안 받아도 우리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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