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의고사에도 다시 등장하며 논란 빚어져<br/>교육 당국·사교육 ‘이권 카르텔’ 해체 초점 맞출 듯
윤석열 대통령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을 출제하는 데 대해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갖고 장난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수능에 출제돼 온 킬러 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동시에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킬러 문항을 배제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킬러 문항은 공교육 교과 과정 밖에서 복잡하게 출제되는 문제를 일컫는다.
윤 대통령은 또 “고도 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저성장기에는 저출산 고령화 대비 측면에서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뿐 아니라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에 노후 대책이 붕괴하고, 학교 교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난 2020학년도 수능 국어 문제를 킬러 문항의 예로 들며 “어안이 벙벙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설 학원의 일타 강사들 도움 없이 이런 고난도 수준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고교생이 있을까”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개선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킬러 문항을 풀 수 있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그러려면 학원부터 다녀야 하는 상황은 너무 비정상적”이라며 “교과 과정 내에서도 충분히 변별력 높은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 당장 9월 모의고사에서부터 킬러 문항을 제외해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월부터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 한 바 있다. 그러나 6월 모의고사(모의평가)에서 다시 킬러 문항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주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전격 경질한 윤 대통령은 오는 9월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비문학 국어 문제와 교과 융합형 문제 등 복잡한 킬러 문항을 빼라고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수능 변별력을 확보해온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사이의 ‘이권 카르텔’ 해체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이권 카르텔은 교육 질서를 왜곡하고, 학생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저해한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조국 전 서울대 교수 딸의 대입 부정 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부패 카르텔의 실체에 대해서도 풍부한 식견을 갖췄다”며 “윤 대통령이 검찰 시절부터 수능 문제를 매년 검토해 교육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사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워 일부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