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교육과정내 출제 지시<br/>“학교 교육 정상화에 필요” 찬성<br/>“변별력 없어” 상위권 학생 불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학교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데 이어 19일 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갖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는데 대해 상당수 경북지역 학부모들과 교육관계자들은 수능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며 지지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3·12면>
이들은 야당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교육 문외한인 대통령이 수능 출제방식에 훈수질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잃은 정치적 공세라며 오히려 야당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학부모 A씨(55·포항시)는 “그동안 킬러 문제 때문에 사교육비가 더 들어갔다고해도 과언이아니다. 다 맞추고도 그 킬러문제로 매번 낙심하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최상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교과서내에서 충분히 변별력있게 내준다면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줄이는데도 한몫할거라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의 교육과정내 수능 출제지시를 찬성했다.
전직 교육관료 출신인 B씨(60)도 대통령의 지시가 틀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학생들로 하여금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킬러문항 출제는 배제되는게 맞다”고 했다.
현직 교사 C씨(27)도 “대통령 말처럼 수능 변별력을 높인다는 핑계로 교과서에 없는 비문학 문항이나 융복합형 문제를 출제한다면 사교육 받을 여건이 안되는 농어촌 학생들은 어떻게 버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는 공교육과정에서 문제를 출제,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공정하게 수능을 볼수있다는 희망을 주는 공정과 상식에 맞는 메시지라 찬성한다”고 말했다.
현직 교장인 D씨(60)는 “종합적 사고력측정을 위해선 응용문제 출제가 불가피 하다”며 “학생들을 의도적으로 골탕먹이는 킬러문항은 안되지만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일정 난도를 갖춘 문제는 필요한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대통령의 수능 출제 방향 관련지시로 일부 기존 수능 유형에 맞춰 공부해온 수험생들 사이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K군(18·고3)은 “수험생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능과 비슷한 유형의 시험을 쳐볼 수 있는 건 9월 모의평가단 한번뿐이다”며 “지난 1년 동안을 기존 수능에 맞춰 공부를 해왔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출제 유형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 사이에선 변별력 없는 수능이 될 수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수능 중심 정시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명문대 진학 통로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점수 차가 크지 않으면 등수를 매기기 어렵고 한 문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교육현장과 학원가에서는 중위권 학생과 상위권 학생간 변별력을 갖추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지역 한 고교 교사는 “교육 과정 내에서 다른 통합형 유형으로 문제를 낼 경우 얼마든지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며 “학생들이 킬러 문항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면서, 이런걸 배웠냐는 생각이 많았다. 특히 수학과 과학 같은 경우 다른 통합 문제를 내서 교과서 범위 내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