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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글쓰기 교사가 될 수 있을까

등록일 2023-05-01 19:03 게재일 2023-05-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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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최근 챗GPT(ChatGPT)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흥미로운 사용 경험들이 공유되고 있다. 길고 복잡한 내용도 기가 막히게 요약해준다거나 매우 편리한 검색엔진처럼 활용했다는 식의 짧은 감상부터 그럴듯한 소설을 써냈다는 후기, 율격을 갖춘 한시(漢詩)를 짓더라는 후기까지. 작업의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사용 경험도 천차만별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어졌던 일들을 인공지능이 해내고 있다는 놀라움이다.

사실 이러한 놀라움은 알파고-이세돌 대국이 불러일으켰던 충격의 연장선상에 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정상급 기사인 이세돌 9단과 총 5판을 대결하여 4번 승리하였다. ‘바둑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는 종목’이라는 전제가 깨진 것이다. 이제 바둑과 같이 복잡한 사고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이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대중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글쓰기 과제물의 경우 학생이 직접 쓴 것인지, 아니면 대화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성한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몇몇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과제물 작성에 챗GPT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윤리서약을 받기도 한다. 만약 대화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성한 응모작이 문학 공모전에서 입상한다면?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이 쓴 소설과 사람이 쓴 소설을 완벽하게 구별하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아직까지 대화형 인공지능에는 허점이 많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학습과정 자체가 사회문화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주제에 대해 질문할 경우 인공지능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마치 ‘답변 강박’에 걸린 사람처럼 보유한 데이터를 조합해서 거짓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글을 만든 정조대왕의 업적에 대해 말해줘”라고 명령하면 챗GPT는 “한글을 만든 정조대왕은 조선시대 22대 군주입니다. 그는 국가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글이라는 새로운 문자를 창제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라고 답한다.

반면 대화형 인공지능이 새롭게 발명된 유용한 도구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긴 글을 요약하는 것처럼 비교적 단순한 작업은 대화형 인공지능의 주특기이다. 나아가 어떤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사유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화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모든 글쓰기는 ‘메타적 글쓰기(meta writing·글쓰기 자체에 대한 글쓰기)’이자 비평이라고 볼 수 있다.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해당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한 언어로 제시하는 과정, 완성된 결과물을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활용하기만 한다면 대화형 인공지능은 ‘피노키오’의 말하는 귀뚜라미처럼 우리의 ‘외장형 양심’이자 충실한 조언자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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