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태영호 ‘4·3 실언’ 이어<br/>조수진 ‘양곡법 대안 발언’ 뭇매<br/>당내외 비판·총선 위기론 솔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최고위원들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잇단 실언으로 지난 4일 한달간 근신 처분을 받은지 하루만에 조수진 최고위원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공기 비우기’ 운동을 제안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연이은 자책골에 당 안팎에선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인 ‘민생 119’ 위원장인 조 최고위원은 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안했다. 조 최고위원은 먼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과연 농업의 미래하고 관련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행자가 ‘농민들이 당장 힘들다고 하면 보호해줄 방안이 논의된 바 있는지’를 묻자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 아픈 현실 아닌가”라면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특위)가 논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여성분들 같은 경우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밥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나”라며 “그런 것들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하면서) 어떤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현실성 없는 대책, 시대착오적 발언 등 비판이 불거지자 조 최고위원은 “민생119 회의에서 나온 몇몇 아이디어를 소개한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 선동을 벌이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민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쟁으로 몰지 말아달라”고 해명했다.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이 공감하시는 정책이어야 되는데 본인이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현재 우리 당이 위기인데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집권당이 감동을 줘야 하는데 국민께 감동을 못 준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후 4시에 치킨과 맥주를 먹고, 아침에 구내식당에 모여 학식을 먹고, 민생 어쩌구 하면서 편도(편의점 도시락)를 먹고, 이제는 밥 한 공기를 다 먹자고 한다”면서 “먹방으로 정치할 거면 그냥 쯔양(먹방 유튜버)이 당대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도부 입성 직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제주 4·3 기념일 관련 발언으로 도마에 올라 결국 공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4·3 추념식 불참을 비판하는 야당 주장에 반박하면서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최고위원들의 각종 발언이 최근 당내외에서 논란이 되자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위기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당 내부에선 이들의 실언이 중도층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를 향해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컨벤션 효과로 당 지지율은 급등하는데, 우리 당은 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나”라며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