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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나무들 보듬고 살펴 건강한 자연 물려줘야죠”

김민지기자
등록일 2023-03-30 20:14 게재일 2023-03-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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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한잔     ‘포항 1호 나무의사’  신용철 화수목나무종합병원장 <br/>수목치료기술자 아내와 함께<br/>지난해 말 식물종합병원 개원 <br/>병해충·수세·지표관리 등 수행<br/>“교육기관 늘리고 공감대 커져 <br/>  나무병원 활용도 높아졌으면”  
“사람이나 동물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하듯이, 나무가 아프면 나무병원으로 가는 거죠. 우리 세대의 자연을 건강하게 가꿔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신용철(60·사진) 화수목나무종합병원장은 포항에서 가장 먼저 식물종합병원을 개원한 ‘포항 1호 나무의사’다.

우리 주변 수목들의 병충해 및 수세 진단 처방뿐만 아니라 설계부터 방제, 수세회복, 지표관리까지 내 가족의 환경으로 생각하고 정성을 다한다는 그를 제78회 식목일을 며칠 앞둔 지난 30일 만났다.

 

-언제부터 수목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나.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나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조선설계업에서 일했지만, 중년의 나이가 넘어가니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무의사 자격은 2021년 4월에 취득했다. 병원은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증을 가진 아내인 이연정(51) 대표와 지난해 12월 14일 정식 개원했다.

 

-나무의사 제도란.

△2018년 입법됐다. 오는 6월 28일 기존 법률에 따라 5년간의 유예기간을 가지고 시행되던 나무병원(수목보호기술자, 식물보호(산업)기사)이 폐지되고, 개정된 산림보호법에 의한 나무병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처방전 없이 농약을 사용하거나 처방전과 다르게 사용하는 나무병원, 자격증 없이 나무 치료를 하는 이들은 산림보호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나무병원의 역할은.

△사람들을 진료하는 일반 병원들과 똑같은 개념이다. 수목이 앓는 병을 진단하고 병해충·수세·지표관리 등을 통해 건강회복에 힘쓴다. 계절 시기, 나무의 종류마다 건강검진 하듯 연간관리가 필수적이다. 나무관리뿐만 아니라 농약, 식물 영양제 판매와 컨설팅, 교육도 이뤄진다. 나무의사 제도가 전면 발효되기 전인 현재는 일반 조경회사나 실내소독업체 등이 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나무 치료를 하려면 전문 수목치료기술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경업계에서 심은 식물의 수명은 고작 2년이다. 업체의 의무관리 기간이 2년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제초, 전정, 두목의 방법이 잘못돼 썩는 경우가 많다. 미관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나무의 몸통이 썩어 약해진다면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쉽게 부서진다. 이런 경우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생육진단 기구를 활용해야 하는데 일반 조경회사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수목의 생태나 환경 수양에 맞춰 관리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나무병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나무의사 자격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경북대 1곳이다. 상당수의 공기관, 학교, 아파트 등에서도 정상적 진단 대신 범용적으로 팔리는 싼 약제를 사용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목의라는 직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와 나무관리에 대한 공감도 낮다.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가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제도 등 개선을 통해 나무병원 활용도가 높아졌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포항을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기술력을 가진 병원을 만들어가고 싶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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