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가 지나자 산야의 빛깔이 달라졌다. 흙 냄새가 향긋하고 물소리 또랑또랑 하여 귀가 맑아지는 봄 기운 감도는 고택의 돌담길이다.
창마마을은 장암정과 망외고택, 노봉정사 등이 있는 봉화 전통마을이다. 돌담 너머로 옛이야기들이 들릴 듯 시간이 멈춰버린 옛 모습 그대로다. 노봉 김정(1670~1737) 선생이 입향조이며 풍산 김씨 집성촌이다.
노봉은 1735년 재주목사로 부임해 선정을 베풀어 30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제주민에게 기억되고 있다. 노봉의 죽음을 슬퍼하던 제주민들이 그의 장례에 참석하면서 기념하고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창마마을에 제주 솔씨를 가져와서 뿌린 것게 지금의 창마마을 입구에 송림이 됐다.
창마마을엔 세월에 빛바랜 기와지붕의 용머리들이 붓끝으로 그린 듯 돌담 너머 겹겹이 즐비한 고택들이 많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50호인 장암정과 한석봉이 쓴 글씨로 유명한 노봉정사 편액 등이 볼거리다.
정원이 잘 가꾸어진 고택들이 많으며 특히 망와고택에서는 한옥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택과 농촌마을의 운치를 그대로 담고 있어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
해방 전만 해도 120여 가구가 넘는 부촌이었으나 현재는 40여 가구 70여 명이 살고 있다. 창마마을의 기와지붕 너머로 다가오는 부드러운 바람 사이로 봄이 오는 기운이 완연하다.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