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기억공간입니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지하철화재 참사로 192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현장입니다. 우리는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추모하는 시민추모벽인 이곳을 기억공간이라 부릅니다.’
18일은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맞는 날이다. 대구 중앙로역 지하 2층 ‘기억공간’ 추모벽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참사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검게 그을린 벽과 애잔한 추모 글이 추모객들을 맞는다. 아이들의 추모 포스터와 글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다. ‘얼마나 아팠을까 20년 전 ‘그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 모두가 더 안전한 세상을 기대합니다’라는 추모글이 가슴을 적신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추모위원회는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대로 된 추모사업 추진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참사 발생 6년 만에 조성된 추모공원은 시민 안전 테마파크로, 희생자 192명의 이름이 새겨진 위령탑은 안전 조형물로 불리며, 희생자 32구가 안치된 추모묘역에는 안내판 하나 없다고 했다.
올해도 추모문화제와 추모식 등 행사가 마련됐다. 하지만 유족들은 20년 세월도 무심하게 당시의 아픔을 곱씹고 기억공간에서 신기루를 잡으며 배회한다. 참사를 기억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참사의 기억을 지우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는 유가족들의 지적이 귀에 따갑다.
아직도 귀에 생생한, 희생자 가족들의 울부짖음. 대구는 2월만 되면 지하철 참사를 되새기며 가슴앓이를 한다. 기억공간 한 켠에 적힌 글이다. ‘고운님들이여! 생명의 별 밭에서 편히 쉬소서’
/홍석봉(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