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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MZ세대와 소통하는 법

등록일 2023-02-13 19:24 게재일 2023-02-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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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MZ세대는 없다. 없지만 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겠지만 사실이다.‘MZ세대’라는 용어는 ‘베이비붐 세대’나 ‘386세대’처럼 사회학적으로 규정된 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거의 20년에 달하는 시기를 하나의 세대로 묶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 년 전, 청년론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MZ-generation

(MZ세대)’이라는 항목 자체가 영문 위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언론매체나 공론장에서도 몇 년 전까지는 MZ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MZ세대’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간 책이 처음으로 출간된 것이 2018년 말이다. 그것도 사회과학서적이 아니라 마케팅과 트렌드를 내세운 책이었다. 즉, MZ세대라는 개념은 M과 Z를 결합한 거대한 취향 공동체, 즉 소비 집단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만들어진 상업적 용어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MZ세대라는 규정 자체가 무의미하고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은 아니다. 김춘수 시인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김춘수‘꽃’ 중에서)고 노래했듯, 언어는 강력한 규정력을 갖는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신구세대의 갈등은 더 이상 ‘세대갈등’이라는 용어에 담지 못할 만큼 커지고 있다. 다만, 우리 사회의 게으름과 낡은 관성은 그 모든 갈등의 원인을 자세히 살피고 해결하는 대신, 시끄러운 것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MZ세대라는 더 큰 상자에 담아버리고 ‘취급주의’ 표지를 붙인 채 방치해둔 것이다.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그들을 MZ세대라고 부르는 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기성세대가 마음대로 ‘나’를 MZ세대라는 집단적 정체성에 끼워 넣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필자가 포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포항시 주최로 미혼 남녀를 짝지어 주는 데이트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 인구유출에 대한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청년에 대한 이러한 보수적 이해와 접근이 그들로 하여금 지역을 떠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는 아닐까. 지자체가 나서서 데이트 모임을 주최하기 전에 그들이 왜 연애와 결혼을 꺼리는지, 왜 학교를 졸업하면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는지를 지역사회가 함께 성찰해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MZ세대와 소통하기 바라는 기성세대라면 그들에게서 MZ세대라는 타이틀을 떼어 버리고 그냥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는 연습부터 해 보자. 당신의 직원이, 부하가, 자녀가 무언가에 서툴다면 그것은 MZ세대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 일이 서툰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예의와 관습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관습과 예의가 유통기간을 지나 상해버린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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