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돈 순교비·팔부중·금강역사<br/>불교조각들로 이뤄진 ‘신라의 숲’
경주는 관광도시답게 방문시 꼭 찾아 볼 핫 플레이스가 많은 편이다. 국립 경주박물관이 그 중 한 곳이다. 방문한 적이 있더라도 다시 찾아도 좋을 곳이기도 하다. 특별전을 통해 새로운 유물들이 전시되기도 하고, 기존 유물들이 배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 이번에 박물관을 찾게 된 건 후자의 이유다.
작년 12월 박물관 실내에 숲이 생겼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박물관 안에 숲이라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숲이 조성되었다는 신라역사관으로 향했다. 들어서자 우측에 작고 귀여운 조각상이 놓여있다. 실물의 5분의 1크기인 모형은 직접 만져볼 수 있으며 그 옆엔 유물을 만든 실제 재료가 놓여있다.
이날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여래상을 신기한 듯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지판이 보였다. 청각자료는 안내소에서 제공하고 있다. 고개를 드니 석굴암에서 보았던 제석천, 문수보살, 십일면관음보살, 보현보살, 범천이 한쪽 벽에 자리를 잡고 있다.
환한 입구를 지나 어두운 전시실로 들어서니 드디어 숲이 나타났다. 불교 조각들로 이루어진 숲이다. 부처의 숲 아니, 신라의 숲이 맞겠다. 전시장은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숲은 이차돈 순교비를 필두로 팔부중, 친근한 모습의 금강역사로 이어졌다. 금강역사 뒤로 영상이 흐른다. 소나무숲, 날아가는 새 등 다양한 모습의 영상이 공간을 좀 더 ‘숲’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두 번째 공간으로 이동하자 개인의 소망이 담겼을 작은 불상과 보살상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상 앞에서 마음을 닦던 신라인과 현재 나의 마음은 같을까 다를까. 잠시 그날의 신라인이 되어 조각상들을 둘러보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부처님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세 번째 숲에서 만난 백률사 약사여래상은 조명과 공간의 영향인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미소에 빠져 넋을 놓고 한참동안 바라봤다. 두 손은 가져갈 수 있었으나 부처의 마음은 가져갈 수 없었나 보다. 이번 전시는 조각품과 영상이 함께 하고 있다. 불상과 보살상 들이 있던 남산 등을 촬영한 영상들은 현장감을 더해줬다. 실재하는 것 실재하지 않는 것, 두 개의 조합은 시너지 효과를 줘 전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끝으로 여래상에 이어 남산에서 발견된 미륵삼존불이 전시장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아기 부처를 양쪽에 세운 미륵여래삼존불은 그 귀여움에 절로 미소 짓게 된다.
학부 시절 공모전 준비를 위해 불상을 그린 적이 있다. 당시 다들 공감했던 부분이 불상들이 그린 이의 얼굴을 닮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신라인들도 이곳의 부처 보살들을 닮지 않았을까? 상상에 머무를 뿐이지만 적어도 모가 난 얼굴은 아니었을 듯하다. 곧 다가올 봄, 경주를 아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숲으로의 산책을 추천한다.
/박선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