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읍에서 36번국도를 따라 울진 방향으로 가다 노루재 터널을 지나 37번국도 태백 방향으로 향했다. 홍제사 방향이다. 홍제사가 있는 비룡산에서 내려오는 황평천은 어느 때라도 자연이 주는 편안함에 마음이 상쾌해지는 길이다.
홍제사까지는 약 3km, 황평천을 따라 가다보면 황평분교 자리에 조성된 ‘솔향 가득 서울캠핑장’을 지난다. 곧 나타나는 홍점은 오지마을이다. 인적 없는 적적함 속에 홍제사라는 오래된 푯말이 홀로 서있다. 여기서부터 걷기로 한다. 겨울 진객은 산야를 새하얗게 뒤덮는 눈이다. 도란도란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에 좋지만 혼자 걷기 아까운 산길이다. 겨울 추위가 매섭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혹한. 계곡물이 얼어붙고, 청아하게 들리는 바위 틈새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니 아담하고 정갈한 홍제사에 닿았다. 비경의 골짜기들을 품은 심산유곡, 한국 불교계의 빛나는 선승들이 수도하기 위해 머문 절이었다는 홍제사와 도솔암이다. 작은 절집은 적적함이 배어난다. 신라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전설도 있고,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일주문도 없고 천왕문도 없다, 석탑도 석등도, 천년고찰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소박한 법당에 숨이 막힐 듯이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는 절집을 에워 두른 금강송의 송림 수백 그루가 세월을 말없이 지키고 섰다. 작은 법당에 요사체, 그리고 해우소가 전부다. 그러나 이곳은 사명대사가 중창불사를 했으며,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에게 선조가 ‘홍제존자’라는 시호를 내렸고 홍제라는 사찰 이름은 호에서 따온 것이다. 만공스님과 성철스님도 홍제사의 암자 도솔암에서 수도했다. 조계종 종정에 올랐던 성철, 서암, 법전스님과 다른 분들도 대종사의 지위에 오른 선승이 되었으니 홍제사와 도솔암은 큰스님들을 배출한 조용한 수행처다. 허전하고 쓸쓸하게 다가오는 움막 같은 도솔암. 세월의 무게가 버거워서일까? 낡은 채로 깊은 역사를 담고 있다.
이정표도, 제대로 된 길도 없는 외딴 암자 도솔암은 선승들로부터 금강산 마하연, 오대산 적멸보궁과 함께 참선과 기도의 3대 도량으로 꼽혔다. 고승들이 구도의 길을 찾아 올랐을 홍제사와 도솔암. 금강송에 둘러싸여 계곡 사이로 확 트인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