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우리 지역 안동엔 적지 않은 눈이 내렸다. 자이언티의 노래 ‘눈’이 어울리는 계절이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 눈이 흩뿌린 세상은 뮤직비디오처럼 새하얀 풍경을 만들어냈다. 안동에도 눈이 제법 내려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즐겁고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어린 시절엔 꽁꽁 언 손이 시린 줄도 모르고 집 마당에서 혹은 골목길에서 눈사람을 만들었었다. 낮은 담장 위에 쌓인 눈을 뭉치고, 옥상 기와지붕에 내린 눈을 뭉치고, 이웃과 왁자하게 떠들던 들마루에 쌓인 눈을 뭉치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 흘러간 애틋한 추억들이다. 고드름이 달린 추위에도 털모자에 털장갑, 솜파카를 입고 눈밭을 뒹굴었다. 지금 같은 롱패딩이 있었다면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았을지도 모른다.
이젠 그런 낭만이 없어졌나 싶었던 찰나, 얼마전 안동시 운흥동 골목길에서 눈사람을 만났다. 흐트러진 헤어와 선명한 눈코입, 승리의 브이(V)자를 그린 손까지….
눈사람을 만들어본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 몇이 그 옛날을 추억하며 만들어냈다. 이 추억의 눈사람을 지나가는 이들 모두가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곤 했다.
익살스런 표정의 눈사람은 한동안 골목을 지키다가 녹아 없어지거나 주차하는 옆집 아저씨 트럭 꽁무니에 치여 운명을 달리할지도 모른다.
새해에도 눈은 한동안 녹지 않을 것이다. 응달진 골목길에선 빙판이 되고 그늘진 산등성이에 생크림처럼 얹혀 이 겨울을 날 것이다.
눈 내린 아침이면 삽을 들고 골목길을 치우던 아빠와 빗자루로 그 뒤를 쓸어내던 엄마, 아랫목에 누워 늦잠을 자다 뛰쳐나와 눈싸움에 열중하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옛날을 행복으로 추억하게 하는 눈이, 왔다.
/백소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