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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을 녹색교통 도시로

등록일 2023-01-09 17:08 게재일 2023-0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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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신음하는 가운데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대규모 공업지대가 주거·상업지역과 인접해 있는 포항의 공간적 특성상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과 같은 문제에 대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신년사에서 “사람 중심의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녹색교통은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저탄소 교통체계이다. 보통 녹색교통이라고 하면 지하철이나 경전철 같은 대중교통수단, 그리고 최근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인 전기차를 떠올리기 쉽지만, 녹색교통의 ‘근본’ 격인 교통수단은 바로 자전거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나 덴마크의 코펜하겐 같은 유럽의 도시에서는 지금도 자전거가 교통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자전거 고속도로’ 시스템을 도입하여,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인근 20개 소도시를 지나는 총 길이 200km 이상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구축하였다. 그 결과 지하철로 30분 가까이 걸리는 구간을 자전거로는 11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되어 시민들이 실용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자전거 문화는 교통수단보단 레포츠용에 가깝게 발전해 왔다. 연배가 어느 정도 있는 독자라면 ‘쌀집 자전거’를 기억할 것이다. 무거운 쌀 포대를 몇 개씩 올리고도 끄떡 없이 골목길을 내달리던, 투박하지만 튼튼한 쌀집 자전거. 오토바이와 트럭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서울의 한강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곳을 통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집과 직장이 있는 지역으로 진입하는 길은 자전거로 달리기 위험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산과 언덕이 많은 지형도 자전거 교통이 대중화되는 데에 큰 걸림돌이다.

필자가 생활하며 느낀 포항은 녹색교통을 일상화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도시이다. 도시공간의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자전거 이동이 용이하며, 도심을 가로지르는 형산강 자전거도로와 철길숲 자전거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형산강과 철길숲을 잇는 간선도로를 정비하고, 냉천과 칠성천, 포항운하 등 기존 하천과 수로를 따라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면 거의 모든 지역을 자전거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녹색교통 시스템이 완비된다. 차도 가장자리를 분리시켜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든 서울시의 청계천 자전거도로를 벤치마킹해도 좋겠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이용하기에 따라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 같은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대중교통에서 내린 뒤 최종 목적지까지의 교통 공백을 메꿔주는 이동수단)와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녹색교통 인프라 정비의 필요성과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의식 변화의 중요성이다. 도로는 자동차의 전유물이 아니며,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빠르고 편안하게’ 보다 ‘조금 느리지만 저탄소로’ 이동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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