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추모공원·에코빌리지 유치<br/> 포항시 공모사업 일괄 신청… 주민들 “지역 발전·상생의 길” 선택
포항시 북구 죽장면이 음식물류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 후보지 등 3개 공모 사업에 일괄 유치 청원서를 제출하며 타 읍면동과의 유치경쟁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소위 ‘혐오시설’ 사업 공모에 적극적으로 나선 죽장면의 이번 결정이 지역소멸을 맞이한 지방 외곽지역의 생존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7면>
2일 죽장면에 따르면 죽장면 침곡리 주민은 지난달 21일 주민 35명 21세대 모두의 동의서를 받아 포항시에 공모사업 일괄 유치 청원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추가로 23개리 이장협의회 모두의 동의서도 첨부했다.
포항시 추모공원 공모 조건에서 주민동의 70%가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뿐 아니라 죽장면 전체 이장까지 100% 모두의 동의를 받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더구나 일괄 유치를 신청한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추모공원(종합장사시설)·에코빌리지(자원순환종합타운)’ 3개 사업은 혐오시설로 인식돼 있어 일부 공모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이에 죽장면의 일괄 신청은 장기적인 코로나19 상황 및 국제적 경기침체와 더불어 지역 소멸 문제에 부닥친 주민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죽장면의 신청은 충분한 준비기간과 계획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먼저 죽장면은 가장 큰 단점이었던 접근성 문제에 대한 해소방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죽장면은 현재 진행 중인 안동∼포항 국도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는 2027년쯤에는 포항 중심지로부터 걸리는 40분 내외의 이동 시간이 30분 이내로 단축돼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적은 주민 수와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 역시 강점이다. 죽장면은 인구 수는 제일 적은 편이지만 포항 면적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곳이다.
신청에 나선 침곡리 역시 35명의 주민이 등록돼 민원 발생 소지가 적고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쉬운 반면 면적은 260만평(860만㎡)에 육박한다. 80%를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는 추모공원의 사업부지 기준이 33만㎡인 것을 보면, 이보다 작은 규모의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과 에코빌리지 모두를 포함해도 차고 넘치는 면적이다.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사업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벽으로 여겨지는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yard)도 극복했다. 면장을 중심으로 혐오 시설에 대한 인식변화를 이끌어 내며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업 유치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괄 유치 청원서에서 죽장면 침곡리 주민들은 “혐오 시설 반대에 따른 지역 갈등 해소에 기여하겠다. 사업 유치가 죽장 발전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대승적 결단으로 상생의 길을 찾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금창석 죽장면장은 “인구 소멸을 극복하고 복지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고자 공모 사업에 뛰어들었다”면서 “공모에 선정돼 각종 지원이 시작되면 죽장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큰 폭으로 향상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