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언론 인터뷰서 촉발<br/>중대선거구제로 대표성 강화<br/>金진표 “4월까지 법 개정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도 오는 4월까지 선거법을 개정해달라고 여야에 주문했다.
새해 벽두부터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이 중대선거구제를 화두로 내세우면서 국회법 개정 논의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법안 심사와 함께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2∼3인의 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는 1개 지역구에서 1인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다.
윤 대통령은 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대선거구제 필요성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집권 후 공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난번 국회의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며 “그 연장선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선거제 개혁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선거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으로 대통령이 시기나 방향을 정할 수 없고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공을 국회에 던진 셈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26일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장 공관 초청 만찬에서 “총선 1년 전인 2023년 4월(법정기한)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각 당에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이와 함께 국회의원 전원위원회를 통한 논의도 제안했다고 한다.
선거법 개정은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아예 국회의원전원(299명)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이 김 의장의 법 개정 주문에 발맞춰 나왔다는 점에서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대체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특위 내 정치관계법 심사소위는 최근 관련 법안들을 일독한 상태로, 오는 10일께부터는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소선거구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망국적 제도라고 보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개특위의 주류다. 이에 2월 내에 여당안과 야당안을 만들어 3월에는 두 안을 갖고 토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제안한 전원위와 관련, 시간이 촉박해 전원위에서 토론하는 것도 유력한 안이다.
특위는 다음달 전국을 돌며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영·호남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불을 지피려는 목적이다.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선거법 개정 시한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총선 때마다 여야의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는 점에서다.
특히 소선거구제로 당선된 일부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찮은데다 선거구 획정·비례대표 의원 정수·연동형 비례제 폐지 등 사안이 맞물려 여야가 합의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역별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를 섞는 방식도 제기되고 있다. 전면 도입에 따른 부담을 감안한 방식이다.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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