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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장, 김정은 딸 김주애의 깜짝 등장

등록일 2022-12-11 17:46 게재일 2022-12-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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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 언론에서 김정은 가족의 노출은 전통적으로 금기시 되었다. 최고 지도자의 신비성과 정통성을 보존키 위함이다.

김정은은 2018년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에게 “내 자녀들이 평생 핵무기를 이고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비핵화의 의지를 보인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김정은은 화성 17호 대륙 간 장거리 미사일(ICBM) 발사장에 딸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의 딸 김주애(2013년 생 추정)의 발사 현장 동행은 북한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김정은은 왜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하는 미사일 발사 현장에 그의 딸을 동행했을까. 김정은이 딸을 동행한 이유는 여러 가지 해석이 따를 수 있다. 그가 어린 딸을 현장에 대동한 이유는 그의 인민 친화적 이미지 정치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김정은의 딸의 현장 동행은 미사일 발사의 안전성을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고 과시하기 위함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우리 어린 딸이 전쟁을 모르고 푸른 하늘을 보면서 후대들이 평화롭게 살게 되었으며 우리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후대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선전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북한당국은 그들의 핵실험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 여론에 신경을 쓰며 이를 잠재우려고 노력해 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안전하면서 방어적이고 평화적인 입장임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의 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견지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화성 17호 시험발사를 통해 미사일 성능을 고도화하고, 곧 재개될 7차 핵실험을 통해 다탄두 핵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런 정황에서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발사의 긴장된 현장에 어린 딸을 대동한 것이다. 그것은 미사일의 안전성과 자신감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

한편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자애로운 이미지를 부각하여 주민을 설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당국은 수령은 인체의 뇌수에 해당되며 전체 인민은 그의 손발과 같은 존재로 보고 ‘사회 정치 생명체론’을 수령론의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다.

이 이론의 연장선에서 그들은 수령승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딸의 공개석상의 대동을 수령 권력 승계와 연계시킬 필요는 없다. 김정은은 38세이며 10세의 김주애는 아직 어리고 2남 1녀 중 중간일 뿐이다. 딸의 공개노출은 승계문제보다는 그의 인자함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더욱 짙게 깔려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수령의 어질고 인자함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북한 헌법 서문은 김일성의 ‘인덕(仁德)정치’를 명문화하고 있으며 김정일 시대에는 그의 ‘애민(愛民) 정치’를 칭송했다. 결국 이번 그의 딸의 공개는 경제적 위기 하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대민 설득용이라 보는 견해가 타당할 것이다. 즉 내부적으로 인민을 사랑하는 자상한 통치자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함이다.

또한 딸의 대동은 백두 혈통의 정당성을 노출하려는 의도도 다소 포함되어 있다. 사실 김정은 주변의 백두 혈통은 아직 여러 명 있지만 공개할 입장은 되지 못한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성혜림 소생)은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었고, 그의 장남 김한솔은 서방으로 탈출 잠적해 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마저 공개 처형되었고 그의 딸마저 파리에서 자살하였으며 고모 김경희는 겨우 연명하고 있다. 김정은의 친형 정철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고 친 동생 김여정만이 김정은을 근접 보필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정황에서 어린 딸의 노출은 백두혈통의 안정적인 가족관계를 공개하려는 의도라고도 볼 수도 있다. 김정은의 두 아들은 외국 유학을 염두에 두어 노출을 기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역시 그의 수령의 카리스마적 이미지를 보강하려는 의도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여하튼 북한 중앙방송 등 언론 매체는 김정은이 어린 딸을 미사일 발사장뿐 아니라 핵과 미사일 개발 공로자를 포상하는 자리에까지 동행했다고 보도하였다. 북한 언론은 그의 딸을 ‘존귀하신 수령님의 자제분’으로 소개하였다. 노령의 북한의 국방 분야 원로 과학기술자들이 그의 어린 딸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북한은 이제 수령 가족을 베일에 가두고 신비성과 비밀성을 유지하던 시대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김정은은 정권 초기부터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여 행사에 참여하고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의 공개는 북한 김정은의 리더십의 본질적인 변화로 판단할 수는 없다.

김정은의 딸의 공개 행사 동행은 딸을 앞세운 미사일의 안전성과 수령의 애민 정신을 선전하기 위함이다. 결국 김정은의 이러한 처신은 경제 위기와 북핵 위기를 극복하려는 주민 설득 수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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