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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봉사단의 아름다운 동행

민향심 시민기자
등록일 2022-11-27 18:35 게재일 2022-11-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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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산 행복나누기 가족봉사단<br/>  14년째 장애인 참여 김장 담그기 행사<br/>“직접 절이고 담가… 나누는 보람 더 커”
김장을 담그는 행복나누기 가족봉사단.
경산시엔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는 민간 봉사단체가 있다. 2009년 1월에 설립해 현재까지 경산 구석구석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열정적인 행복나누기가족봉사단이 바로 그 단체다.

전통방식의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는 세태에 올해는 물가 상승으로 경제까지 어려워지자 김장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데, 행복나누기가족봉사단은 재료 구입과 다듬고 절이는 과정, 버무리기까지 직접 진행해 김치를 담근다.

민간 봉사단체는 관변단체와 달리 경제적인 부분부터 장소 찾기와 대상자 선정 등에 어려움이 많다. 이들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활동이 많이 위축됐지만, 그렇다고 나눔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간릴레이와 소외된 이웃을 위한 선한 영향력 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지역사회에 나눔문화 확산에 힘써온 이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에도 적극 공감하고 있다. 김장 담그기 현장에서 경산시 시각장애인협회 최계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행복나누기가족봉사단은 정말 좋은 분들이죠. 장애인을 가족처럼 챙겨줍니다. 집에서 만든 것처럼 정성 들인 김장을 해마다 나눠주거든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수시로 반찬도 챙겨주셨어요. 그걸 잘 알기에 저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오늘 나왔습니다.”

그날의 김장 담그기는 장애인와 비장애인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동행이었다. 봉사단은 왜 이런 어려운 과정을 14년이나 지속해온 것일까?

“경제적 문제와 민간 봉사단의 활동 공간 부족으로 힘듭니다. 배추 천 포기를 다듬고 절이려면 장소가 큰 문제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사찰, 근처 사무실, 심지어 타 지역까지 가서도 김장은 계속됐습니다. 절임배추를 사면 지금보다 쉽겠지만, 힘들게 재료를 구입하고 직접 만들어 나누는 보람이 그 힘겨움을 이겨내게 합니다.”

봉사단 회원들의 이야기는 종교인처럼 엄숙하고 결연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귀하게 만들어진 김장이 누구를 만나러 가게 되는지 물었다. “미리 추천 받은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지역의 소외계층, 독거어르신, 드림스타트 아동 등을 찾아갑니다. 무언가가 꼭 필요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기쁨이 어떤 것보다 큽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그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김장 담그기를 해내온 그들이기에 ‘사랑은 나눔이 첫걸음이다’라는 현수막 문구에도 감동이 담겨 있었다.

‘진짜 맛있는 행복 나누기표 김치’가 꼭 필요한 곳으로 배달돼 많은 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시작하길 바란다. 또한, 행복나누기가족봉사단이 내년에도 15번째 김장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민향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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