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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활동적이던 아이, 짜증 늘고 무기력해 보인다면?

등록일 2022-11-24 18:09 게재일 2022-11-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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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br/>소아청소년기 우울증 특징은<br/>감정·행동조절 문제 지속되고<br/>부모·교사와 관계 저하된다면<br/>병원 찾아 전문가와 상담 필요
지인이(가명, 중학교 2학년) 엄마는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밝고 활동적이었던 지인이가 최근 들어 짜증이 많이 늘고 무기력해 보이며, 학교에 지각이 잦고 등교를 한 후에도 조퇴를 하고 싶다는 요구를 자주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변 지인들의 조언을 구해 보지만, 사춘기 때는 다 그렇다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휴일에는 종일 휴대전화기를 잡고 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는 즐거워 보이는 지인이를 보면서, 정말 사춘기여서 저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학기보다 성적도 많이 떨어지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일이 많다는 선생님 연락을 받은 이후 엄마의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지인이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 걸까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걸까요? 소아청소년기 우울증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소아 청소년기 우울증은 성인기 우울증과 다른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모호하고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우울한 기분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며, 집중력 장애와 학습 저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특이적인 신체 증상의 호소가 많아, 신체 증상 때문에 병원 진료를 보아도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친구들이 줄거나 예전과는 다른 부류의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는 등 친구관계의 변화를 보이기도 하고, 어른들과의 관계가 약화되고 회피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일부 청소년기 우울증에서는 비행이나 일탈행동이 주된 증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기 우울증은 사춘기적 특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사춘기에 기분의 동요가 다소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지나친 짜증, 변덕, 수면과 식욕의 변화, 일상생활의 흥미상실, 대인관계상의 큰 변화 등은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기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우울증 발병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첫째로, 유전적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부모 중 한 명이 우울증을 앓은 경우, 자녀가 18세 이전에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2배가 되고, 부모 모두 우울증이 있으면 그 위험성은 4배가 됩니다. 둘째로, 환경적 요인이 소아청소년 우울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울증 환아들은 여러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우울증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은 방임과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높습니다. 셋째로, 호르몬 조절기능의 이상, 수면 이상 등의 여러 가지 생물학적 요인들이 우울증 발병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부정적인지 유형에 의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지적 왜곡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 언제 병원에 방문해야 할까요?

△아이가 아래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 병원에 방문이 필요합니다.

※감정 및 행동조절 문제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 (연속적으로 수 주 이상)

※감정 및 행동조절 문제가 아이의 기본적인 기능 (학교적응, 학습, 교우관계, 부모 및 교사와의 관계 등)의 지속적인 저하의 원인이 되는 경우

※상당 기간 외톨이인 경우

※자해 및 타해를 하거나 위험성이 높은 경우

※가출, 무단결석이 반복되는 경우

※법에 저촉되는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

※아이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

-우울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먼저 아이의 증상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하고, 다른 동반 질환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연관된 사회 심리 및 학업수행의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의학적 진찰과 검사도 시행돼야 합니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아이 및 보호자에 대한 심층적 면담이 꼭 필요하고, 심리 검사 결과 및 보호자 외의 가족, 교사로부터의 추가 정보 등이 큰 도움이 됩니다.

진단은 DSM-V의 진담지침과 기준을 적용하며, 몇 가지 표준화된 면담 및 평가척도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울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포괄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약물치료는 생물학적 병리 기전에 근거한 과학적인 치료 방법으로, 우울 증상의 완화 및 재발방지에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방법입니다. 증상이 완화된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유지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이후 약물을 중단할 때는 의사에 권고에 따라 용량이 서서히 줄이면서 중단해야 합니다.

우울증은 비교적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우수하고, 특히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s)의 아동 및 청소년기 우울장애에 대한 효과가 높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정신사회적 치료는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 사회기술 및 자긍심을 높이는 것,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 우울증과 연관된 사회적, 가족 내, 학업상 문제에 대처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정신역동학적 정신치료, 대인관계치료, 인지행동요법, 행동치료, 가족치료, 지지적 정신치료, 집단정신치료 등이 청소년 우울증 치료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기 우울증은 성인의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재발로 잦고 만성적인 질환입니다. 우울증은 어린 나이에 발병할수록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고,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아이가 겪어야 하는 고통이 더욱 커집니다. 아이의 기분 상태가 평소와 다를 경우, 부모가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를 가져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아이의 변화된 상태가 몇 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가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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