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는 경북 군위군의 트레이드 마크다.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인각사(麟角寺)는 고려말 승려인 일연(1206∼1289)이 삼국유사를 편찬한 곳으로 이름 높다. 643년 원효(元曉)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절 입구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기린이 뿔을 얹었다고 해서 절 이름을 인각사라고 지었다고 한다.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은 인각사를 중창하고 이곳에서 입적했다.
보물로 지정된 인각사보각국사탑 및 비석이 중요문화재다. 2008년 인각사 건물지 유구에서 출토된 금속공예품과 청자 등 18점의 유물도 보물로 지정됐다.
삼국유사와 인각사의 가치를 꿰뚫어 본 군위군은 2010년부터 삼국유사의 역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1년엔 삼국유사 테마파크가 문 열었다. 2021년엔 기존의 고로면의 명칭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꿔 삼국유사의 고장 조성에 한 획을 그었다.
군위군은 소중한 기록 문화유산인 삼국유사를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인각사에서 삼국유사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를 기원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군위군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인각사 주변에 수자원공사가 무단으로 전봇대를 세웠다가 철거하는 소동을 빚었다. 수자원공사는 인각사 부근 삼국유사로에 전봇대 12개를 세우고 시설물을 설치하려다 군청의 공사중지와 함께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인근 군위댐의 수상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인각사 인근에서 문화재청 허가 없이는 어떤 개발 사업도 할 수 없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공기업의 행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홍석봉(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