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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센티의 기적

등록일 2022-11-03 18:10 게재일 2022-11-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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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마애(磨崖)란 자연암반이나 절벽에 부조나 선각 등으로 새긴 그림이나 글씨를 말한다. 다양한 마애조각 중 불상이나 보살상 등을 주제로 조각한 것을 마애불상이라 부른다.

마애불상은 기원전 인도 석굴사원 조영에서 시작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후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전파됐고, 우리나라에는 6∼7세기경 백제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남 태안군 동문리에 있는 백제시대 마애삼존불 입상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마애불로 전해지고 있다.

마애불상으로 등록된 문화재(2020년)는 국보 6점, 보물 20점, 시도지정 문화재 50점 등이 있다.

‘5센티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한 고불식이 지난달 31일 마애불 현장에서 있었다.

2007년 5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열암곡 석불좌상 보수를 위해 작업하던 중 엎어진 채 발견된 이 불상은 약 600여 년전 지진으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불상은 지진으로 넘어질 때 암반과 불과 5센티 간격을 두고도 부딪치지 않아 얼굴 등이 온전히 보존돼 ‘5센티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오뚝한 콧날과 이지적인 부처님 모습이 신라시대를 대표할 부처님 상이라 한다.

그동안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해 불교계와 문화재청 등이 여러 번 논의를 벌였으나 무게가 80t에 이르고 산비탈에 있어 원형 손상 없이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지금껏 발견 상태로 보존해 왔다.

지진과 오랜 세월의 풍파에도 원형이 잘 보존돼 국보급은 된다는 이 불상은 발견부터 많은 스토리를 품어 더 흥미를 준다. 원형 복구의 기대감이 크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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