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졌다. 국민들은 비통하고 참담함에 말을 잊었다. 채 꽃 피워보지도 못한 젊음이 거리에서 스러졌다. 즐거운 핼러윈 축제가 비극이 됐다. 희생자들이 전하는 사연마다 아픔이 절절히 배어 있다. 어떻게 이런 비극이 자꾸 되풀이 되는가.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두 번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청춘이 짓밟혀도 국가는 없었다. 안전과 보호는 오간데 없었다.
참사 현장에 헌화와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위로하는 시민들의 가슴 아픈 애도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헌화와 추모글이 줄을 잇는다.
헌화는 죽은 자에 대한 추모 의식이다. 동서양이 모두 비슷하다.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고대의 종교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죽은 자를 위해 꽃이나 풀을 부적으로 사용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묘지 주변에 장미를 심어 영원한 봄을 기원했다. 장미 헌화는 중세까지 이어져왔다.
동양에서는 국화를 헌화에 사용한다. 국화는 조의의 꽃말을 가졌다. 흰 국화는 서양에서 죽음을 의미한다. 개화기 때 들어온 헌화 풍습은 흰색을 선호하는 우리의 관례에서 비롯됐다. 장례식이나 추모행사 때 흰 국화를 사용하는 것은 망자의 안식과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화는 청순, 정조, 절개, 고결함을 상징한다. 국화의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높이 기렸다. 서리가 내린 가을에 홀로 피는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화는 차이가 있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염원은 동서양이 같다. 그래서 시들지 않은 생화를 사용한다. 국화의 계절에 흰 국화를 그대들에게 바치는 이 안타까움을 그대들은 아는가.
/홍석봉(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