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낭송으로 피는 詩香

등록일 2022-10-31 18:32 게재일 2022-11-01 18면
스크랩버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잎들이 곱게 물들며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푸르기만 하던 숲에는 어느새 하늘빛 그리움이 내려앉아 잎새들은 저마다의 감성으로 노란빛을 띠거나 홍조(紅潮)의 가슴으로 땅을 향한 연서(戀書)를 쓰고 있다. 이른 홍엽(紅葉)들은 벌써 땅 위로 떨어지며 포도(鋪道) 위를 뒹구는 몸짓으로 가을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고, 길섶의 들국화는 서리를 맞을수록 외려 꼿꼿하게 제 멋 떨구는 자태로 만추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빛과 색의 향연이 풍엽(楓葉)으로 펼쳐지는 들길이나 숲길에 들면, 가을의 소리가 잔잔히 들리는 것 같고 계절의 시가 저절로 흐르는 듯하다.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미틈달 11월은 시의 날(11월1일)로 시작된다. 언어의 다양성 확보, 인간의 내면 정화, 청소년 교육, 문화 교류의 수단 등 시의 다양한 역할을 알리고 시를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시의 날’은 매년 3월 21일이지만, 우리나라는 한국 최초의 신체시인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가 한국 최초의 월간지인 ‘소년’ 창간호에 발표된 1908년 11월 1일을 ‘시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시의 보존과 확장을 위해 시와 음악·미술·영화·연극 등 예술분야 간의 접목, 시 낭송회 개최, 홍보를 통한 시의 현대적 이미지 구축, 젊은 시인을 위한 중소 출판사업 등을 장려하고 있다.

결실과 수확의 계절 답게 시의 날을 전후해서 포항지역에서는 시낭송회 등이 풍성하게 열리고 있어서 한결 넉넉하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안도의 가슴으로 시를 읽고 감상하며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와 시의 힘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한 편의 시에서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우칠 수 있고, 고뇌와 애환의 그루터기를 가늠하며 공감과 감정의 정화작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가슴에 품은 시를 목소리에 담아 낭송으로 울림을 주면 시의 향기가 세상에 널리 홀씨처럼 퍼지게 될 것이다.

지난 주말, 구룡포를 사랑한 시인들과 시낭송가들이 구룡포수협 창립 100주년 및 마을시집 발간기념으로 흥취로운 시낭송 마당을 펼쳐서 고무적이었다. ‘漁花滿代 구룡포, 詩가 되다’를 주제로 시낭송, 시극, 시노래, 참여시인 낭송 등으로 시종 다채롭게 열려 구룡포 일대가 온통 시의 꽃으로 피어나는 듯했다. 또한 이번 주말, 포항시낭송회에서 주최하는 제1회 정기 시낭송 발표회는 오낙률 시인의 근작시를 ‘포항 12경, 四季로 만나다’로 각색해 시낭송과 영상, 성악과의 콜라보 등으로 이색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라서 사뭇 기대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낭송의 다양한 레퍼토리는 시를 낭송으로 승화시키는 언어예술로, 영혼을 맑게 하고 심금을 울려주며 힘겨움을 완화시키는 위안과 치유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감동과 행복으로 피어나게 하는 시낭송 문화가 풍요로운 가을의 서정을 한결 섬세하고 정갈하게 수놓아 줄 것이다.

心山書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