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축제 같은 나날, 일상을 예술처럼

등록일 2022-10-17 18:49 게재일 2022-10-18 18면
스크랩버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먼 들녘 빛 어림이 나날이 짙어가고 있다. 온통 푸르던 산과 들이 차츰 붉고 누렇거나 갈빛을 띠며 물들어가고,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면서 들판의 축제를 벌이는 듯하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번째의 봄’이라는 말처럼, 또 다른 설레임으로 다가오며 홍엽(紅葉)의 환호 속에 즐김과 누림의 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문화의 달이기도 한 10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천랑기청(天朗氣淸)한 때라 야외활동이나 행락객이 많아지고, 지역별 특색을 살린 볼거리와 먹거리가 푸짐한 문화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넘쳐난다.

오감으로 느끼는 축제의 계절이기에 가을이 한결 풍성하고 설레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억눌린 가슴을 한껏 펴고 지리한 바이러스의 아귀를 떨치기라도 하듯, 2~3년만에 재개되는 축제의 마당에 몸을 맡기고 흠뻑 빠져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게 편안히 즐기고 빠져드는 축제도 자신의 취향이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축제의 양상도 다변화돼,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과 현실의 결합이나 비대면 방식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개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의 다채로운 테마와 복합적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서 축제가 한결 흥미롭고 열기가 고조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일상 속에서 축제를 손쉽게 만나고 여유롭게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면 보다 문화적인 삶이 윤택해지지 않을까? 이를테면 걸어가면서 길거리에 마련된 시화작품이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둘러보며 이색적인 체험코너나 즉석 공연 이벤트에 참여하고, 아늑한 호텔방에 전시된 미술품이나 공예, 사진작품 등을 감상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생활 속에 젖어드는 예술문화적인 삶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생활과 실용에 어우러지는 예술이야말로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생활예술의 효용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아트페어는 그러한 관점에서 예술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의미있는 매개체로 여겨진다. 미술관이나 전시장이 아닌 실생활이나 외출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호텔아트페어나 뱅크아트페어, 호텔사진전 등은 객실이나 홀, 복도에 이색적인 작품전시와 홀로그램 영상 등으로 방 한 칸마다 갤러리 하나씩이 자리잡아 개성과 격조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임으로써 관람객과 컬렉터의 관심을 사기도 한다. 포항에서는 지난 주 라한호텔과 포스텍 국제관에서 각각 독특한 주제의 호텔아트페어가 성황리에 열렸으며, 송도 코모도호텔에서는 ‘사진의 섬 송도’ 사진전이 해마다 절찬리에 열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무릇 축제나 예술은 관객이나 향유층이 있어야 활기를 띨 수 있다. 아무리 소문난 잔치도 손님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듯이, 난해하고 추상적인 작품의 발길 뜸한 관람보다는 쉽고 부담 없이 참여하여 재미있게 즐기는 생활문화형 예술이 각광받지 않을까 싶다. 예술이 일상적인 문화로 어우러져 매양 축제 같은 나날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心山書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