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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은선생의 충절과 학덕의 창조적 계승

등록일 2022-10-04 18:05 게재일 2022-10-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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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선선한 바람 결에 코로나19의 지긋지긋함을 털기라도 하듯 크고 작은 축제가 각처에서 열리면서 문화의 달을 실감케 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등이 성황리에 마쳤거나 열리고 있으며, 진주남강유등축제 등이 다음 주부터 열릴 예정이라서 모처럼만의 가을축제가 활기를 띠는 듯해 다행스럽다.

포항에서는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는 ‘제13회 포은문화축제’가 당초 9월초에 개최될 예정이었이나, 난마 같은 태풍의 무자비한 내습과 피해복구로 인해 잠정 연기된 상태다. 태풍의 상흔은 좀체 가시질 않지만, 언제까지 탄식만 하고 주저앉을 수 없는 일이라 주변을 추스르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인적, 물적인 피해가 컸었던 오천읍 지역은 고려말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자취가 서린 영일정씨의 본향이기도 해서 동방이학(東方理學)의 비조(鼻祖)인 포은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충효와 학문을 재조명해 계승, 발전시키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포은선생 추모백일장을 열고 오천서원 일대에 포은선생의 시문을 석각(石刻)한 비림(碑林)이 국내 최초로 제막돼 의의를 더해주고 있다. 포은의 본향에서 선생의 충효정신을 기리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성현의 사상과 업적을 일깨워 꿈과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열린 백일장은 서원향교 활용화사업 차원에서도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향유하며 숨결을 불어넣은 계기가 돼 이채로웠다. 또한 오천서원 경내에 국내의 저명 서예가들이 포은선생의 시와 명문을 필묵(筆墨)으로 남기고 돌에 새겨 만세(萬世)에 전하려는 비림 조성사업은 우리의 전통 서예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연차적으로 입비(立碑)를 추진함으로써 서원에 학자와 예술인들이 즐겨 찾고 머물면서 격조 높은 문화공유와 후학들의 인성지도·정서함양에 도움을 주는 한편, 전통과 현대의 퓨전문화로 재창출, 전파할 수 있어서 사뭇 주목된다.

그에 더하여 5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전관에서 열리는 ‘제5회 포은서예국제대전’과 교류전은 세계 11개국 서예 지망생들과 저명작가들이 출품하여 포은선생의 학맥과 자랑스러운 기풍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역량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는 기회와 예술적인 교감을 도모해 한결 고무적이다. 각 지역이나 특색에 따라 공모전이 넘쳐나는 시대에 포괄적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국제교류전과 문화예술로의 소통은 문화도시 포항을 한층 고양시키며 한국의 예술문화를 단계적으로 글로벌화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적인 인물이나 배경이 되는 유적을 생각하고 돌아보며 학문과 사상을 널리 알리고 진작시키는 것은 문화와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며 가치를 부여하는 지역민들의 의식과 지자체의 안목에 달려있다. 그것은 곧 그 도시나 지역의 문화적인 품격과 자산이며 비전이기도 하다. 포은선생이 남긴 대쪽 같은 절의와 충·효·예의 정신문화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이 꽃피고 포항이 포은 정몽주의 고장임을 각인시키며 미래지향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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