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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잘 넘기면 좋아질 거라는 긍정적 희망을 가지자”

등록일 2022-10-03 18:36 게재일 2022-10-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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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작가가 만난 ‘이 한 사람’<br/>포항지역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 <br/>강재명 포항시 감염병대응본부장
강재명 포항시 감염병대응본부장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이 끝나간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온다. 최근 ‘팬데믹은 끝났다’고 한 미국 대통령의 말이 화제가 됐고, 국내 방역당국도 6개월 정도 뒤에 대유행이 종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작년부터 코로나 대응의 마지막 고비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온 국민들은 반신반의한다. 끝날 것처럼 하다가 다시 불붙는 재유행의 반복은 이제 없는 것일까? 처음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선진 방역의 자부심이었다가 결국 장기화의 늪에 빠진 코로나19. 현재도 하루 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수십 명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엔데믹을 논해도 되는 것일까? 지난 2년간 포항지역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위기 극복에 앞장섰던 포항시 감염병대응본부 강재명 본부장을 만나봤다.

 

코로나19 발생 3년, 힘든날 연속이었지만 지역민들 응원과 물품 지원 등 기쁨도 느껴

경북 감염내과 전문의 2명 뿐… 신종 전염병 대비 감염병 전문인력 양성 지원책 절실

상황 좋아지더라도 풍토병으로 남아 유행… 코로나 백신·독감 예방접종 모두 맞아야

포항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
포항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3년이 되어간다. 정부에서는 내년이면 종식된다는데 가능할까.

△한창 유행 때보다는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경북에서는 2000명 이상, 포항에서도 수백 명 이상의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도가 감소하고 있고 국민의 절반이 감염됐으며, 90% 이상이 예방접종을 했기 때문에 올해 겨울을 잘 넘기면 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긍정적인 희망을 가져본다. 새로운 변이의 등장 같은 악재가 없다면 말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 봄에는 완전 종식을 기대해 봐도 되는 건가.

△물론 완전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80대 이상은 2%대의 사망률을 보인다.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코로나19는 풍토병으로 남아 독감과 비슷하거나 약간 중한 정도로 계속 유행할 것이다.

 

-포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2월부터 방역의 최전선에서 치열한 날들을 보내셨다.

△당시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포항에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포항시 감염병대응본부가 꾸려졌다. 포항지역 5개 종합병원과 협의해 통합선별진료소를 포항의료원에 설치했는데,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민관합동 모델로 초기 코로나19가 포항에 유입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지금은 코로나19의 특성을 잘 알고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당시에는 의료진조차 공포가 컸고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다. 주말과 휴일 없이 힘든 나날이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기쁨도 있었다. 시민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과 물품을 보내주신 것이다. 마음을 담은 손 편지들이 피로를 달아나게 만들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들었다.

△나의 경우 2년 정도 가족이나 지인들과 만남을 자제했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은 시간이었다. 작년 말부터 정서적인 고립이나 스트레스, 우울감이 컸고, 방호복을 입고 진료하고 폐쇄된 곳에서 따로 식사하는 것이 저를 포함한 의료진들을 지치게 했다. 2020년 2월부터 2년 3개월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역할을 하던 포항의료원이 올해 5월 전담병원에서 지정 해제되고, 여러 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나눠서 진료하면서 일의 부담을 덜게 됐다.

 

-의료진은 일반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훨씬 높은 사생활 제한과 감염에 대한 압박으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매일같이 확진자를 돌봐야하는 상황이고 내가 걸리면 고위험군에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한다는 것이 조금 과했던 것 같다. 지난 8월에 나도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면역이 생겼다고 판단해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여름휴가 때 부모님을 찾아뵙고 난 뒤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공감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감염내과를 찾는 경우도 많나. 감염내과가 주로 어떤 환자들이 찾나.

△대부분의 질환은 감염과 관련이 있다. 쉽게는 감기부터 시작하는데, 감염내과를 찾는 대다수는 발열은 있는데 원인을 모르는 경우다. 결핵이나 에이즈 그리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풍토병에 걸린 환자들도 다른 의사는 경험이 없어 힘들어한다. 가을철 유행하는 쯔쯔가무시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도 진료한다. 요즘은 코로나 감염 후유증으로 기침이나 무력감, 피로감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당뇨가 악화되거나 갑상선, 부신 기능이 떨어지는 후유증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원인을 찾고 치료를 돕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내과 전문의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경북지역 유일한 감염내과 전문의로 동분서주하셨는데 이후 변화가 있었나.

△초기에는 경북에서 혼자였는데 지금은 세명기독병원에 한 분 더 계신다. 인구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는 해묵은 문제다.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 원숭이 두창 등 새로운 전염병은 계속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가 더 필요하지만 감염내과는 3D 업종으로 지원자가 적다. 병원의 수익을 직접적으로 올리는 역할이 적다 보니 병원에서도 구인에 적극적이지 않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감염내과가 가장 핫한 과가 되었지만 힘들다는 인식이 커져 지원자는 오히려 줄었다.

-감염내과 전문의가 된 계기가 있나.

△감염내과는 발열과 관련된 질환을 진료한다. 발열 원인으로는 감염뿐 아니라 암이나 류마티스 질환 등 굉장히 광범위하다. 어려서부터 셜록 홈즈 같은 추리소설을 좋아했는데 홈즈가 범인을 찾듯 여러 가설을 세워 병의 원인을 찾아내는데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현대의학은 자신의 전문분야만 진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염내과는 사람 전체를 두루 살핀다. 게다가 HIV(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 결핵 등을 제외한 대부분 감염질환은 원인만 찾으면 환자상태가 확연하게 좋아지기 때문에 보람이 더 크다.

의료진을 향한 시민들의 따뜻한 후원.
의료진을 향한 시민들의 따뜻한 후원.

-어려운 의료 활동에 재미를 느낀다니 의사가 천부적인 일인가 보다.

△의사가 되고자 한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다. 아무런 연고 없는 포항에 오게 된 것도 의료선교에 관심이 있어서였고, 한국인 선교사가 세운 캄보디아의 헤브론 병원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댕기열이나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의료가 낙후된 나라의 사람들을 도우며 큰 보람을 느꼈다.

최근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코로나 관련 국내 입국 방역조치도 모두 풀렸다. 4일부터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접촉면회도 허용된다.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이 끝물에 접어들고 서서히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올해 겨울을 안전하게 넘겨야 한다. 강재명 본부장은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신종 전염병의 유행은 계속되리란 걸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마지막 구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전염병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짚어야할 과제가 많다는 얘기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내 의료체계 약점이 많이 드러났다.

△가장 시급한 곳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이다. 고위험 환자들이 밀집되어 있고 격리가 어려운 구조여서 집단 발병이 많았다. 종합병원도 다인실 위주여서 한 명의 감염으로 순식간에 퍼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다음으로, 코로나 시기 동안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해 위기의 순간을 보내야 했던 분만이나 소아, 투석,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실제로 119차량에서 분만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지역별로 이런 상황의 대처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민간이기 때문에 재난상황에서 민관의 합리적이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포항에서는 민관협력이 잘 이뤄졌지만 국가적으로는 일방적인 행정명령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으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재난을 막기 위해 이런 점들이 보완되어야 한다.

 

- 전문 인력과 시설 부족은 사스 때부터 반복되는 문제 아닌가.

△코로나 시기에 서울 한 대형병원에 마련된 감염병 전문센터의 경우 환자가 줄면서 최근 의료 인력을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 전염병은 언제 닥칠지 모르기에 유지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춰야 한다. 국가지원으로 시설을 유지하면서 평상시에는 다른 환자를 받아서 운영하고 감염병 전문 인력들은 주기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코로나 초기 방호복을 입는 것부터 감염 환자 동선을 구축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평상시에 훈련이 되어야 신종 전염병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의 마지막 고비는 이번 겨울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오늘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올 겨울에는 독감과 코로나가 같이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크다. 작년 겨울과 올봄에 코로나에 감염됐더라도 올 가을에 항체가가 떨어져 재감염 위험이 올라가게 된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2배가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올 가을에 코로나19 2가 백신과 독감 예방접종 두 가지 모두 접종하길 바란다. 2가 백신은 코로나19 초기에 유행한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A.1)를 동시에 대응하기 때문에 중증 예방효과가 크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백신 접종 후유증이 크다 보니 백신을 안 맞겠다는 분들 많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3명은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의향이 없다고 나왔다.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예방 접종을 많이 해봤지만 여느 백신에 비해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후유증은 부담되지만 그래도 지금은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부작용을 크게 겪었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노바벡스나 스카이코비원을 접종할 수 있다. 이들 백신은 기존 백신 제작에 활용된 전통적인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제조되어 부작용 위험이 낮다.

 

 

강재명 본부장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하고 감염내과 분과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포항선린병원 감염내과 과장과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내과 과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외래 부교수를 지냈다. 현재 포항 성모병원 감염내과 과장으로 대한내과학회와 대한감염학회, 대한감염관리학회, 대한중환자학회 등의 활동을 통해 지역의 감염병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포항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2월, 포항시 감염병대응본부장으로 위촉되어 포항지역 방역현장 최일선에서 코로나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시민의 일상 회복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계획이다.

 

 

배은정 1974년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사학과 졸업. TBC·포항MBC·경북교통방송 작가. ‘포항문화의 상징과 공간’ 공저.

 

/배은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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