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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정전 위기’… 한걸음에 달려온 ‘영웅’들

전준혁기자
등록일 2022-09-13 20:26 게재일 2022-09-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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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직원 밤 지새우며 ‘전력투구’<br/>퇴직자들도 자원해 복구 큰 도움 <br/>추석도 반납한 채 “포스코 살리자”<br/>세대 가리지 않는 직원들 헌신 주목
포항제철소 전력계통섹션 직원들이 침수된 고압차단기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지난 6일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대규모 정전과 침수피해에 대한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세대를 가리지 않는 직원들의 헌신이 주목받고 있다.

13일 포스코에 따르면 이번 태풍 피해로 제철소에 있는 모든 발전기가 멈춰 한전에서 전기를 받는 포항제철소 수전변전소도 침수되는 등 제철소 전체에 전력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포스코는 조속한 공장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전력 복원 작업에 돌입했으며, 이에 퇴직자들이 보낸 도움의 손길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포스코의 특성상 복구를 위해서는 전문인력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밤낮없이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현직 직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를 본 모든 라인에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추석연휴 기간 일당 125만원을 공고하며 전문 인력의 도움을 요청한 상황을 미뤄봐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퇴직자를 중심으로 “우리가 포스코를 살리자”라는 의견이 모였다. 이들 퇴직자들은 스스로 자원해 현장 복구 작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한 퇴직자는 “평생을 포스코를 위해 일을 하다 퇴직했는데, 창사 이래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포스코의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너도나도 힘을 보태자는 분위기다. 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퇴직자들의 노력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술지원을 위해 광양에서 포항으로 온 광양제철소 에너지부 전력계통섹션의 김일호 계장(41)은 “은퇴 후 재취업한 선배들도 포항제철소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만큼,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MZ직원들 역시 발벗고 나서 활약했다.

이번 복전(復電) 작업을 주도한 포항제철소 에너지부 전력계통섹션은 전체 직원 34명 중 20·30대 직원 비율이 90%에 달하는 젊은 조직이다. 이들은 고로 재가동을 위해 3일간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밤을 지새우며 작업에 전력투구했다.

전력계통섹션의 남명원(31) 사원은 “처음 겪어보는 초비상 상황 속에서도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며 격려해주었기에 긴급 복구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며 복구 작업의 긴박하고 힘들었던 순간을 전했다.

포항제철소 전체 정전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상황이었다. 전등 하나 켜지지 않는 공장 안에서 직원들은 랜턴 불빛에만 의지한 채 어둠 속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포항제철소 직원들은 위기에 더욱 단결해 기지를 발휘했다.

포항제철소 전력계통섹션의 박세용(30) 사원은 “복구 일정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직원들이 하나가 돼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며 “침수로 전기 설비와 판넬에 진흙이 범벅돼 세척에 어려움을 겪자 고압수를 분사해 해결했고, 물기를 말리기 위해 수십대의 가정용 핸드드라이어를 공수해 건조 시간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전력계통섹션 심우성 리더는 “회사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을 때 열정과 창의력이 충만한 MZ직원들과 퇴직자들이 위기 대응에 나선 덕분에 피해 복구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다”며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포항제철소는 전기 인프라 복구작업을 마치고 제선·제강 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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