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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물바다… 제구실 못한 배수펌프장 화 키웠다

전준혁기자
등록일 2022-09-06 21:35 게재일 2022-09-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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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이래 첫 침수 피해… 밀물·형산강물 맞물려 칠성천 범람 등 <br/>시, 하천설계 시간당 최대 40㎜만 소화… 집중 폭우 땐 속수무책<br/>하천 재설계 땐 막대한 예산 투입 따라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아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포함 인근 포항철강공단이 태풍 ‘힌남노’로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특히 포항제철소가 거의 침수된 것은 창사 이래 전례 없는 일이다. 따라서 왜 이번과 같은 피해가 발생했는지에 의문을 갖는 시민들이 많다. 하천 관련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의 침수는 비라는 한 가지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일단은 이번에 포항제철소 등에 직접적 피해를 준 첫째 원인은 칠성천 범람이다.

그런데 칠성천은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상류에 있는 대송면 제내리 일원의 지대가 칠성천 보다도 낮다. 실제 대송면 대각온천∼철강공단∼포항제철소로 이어지는 칠성천은 하천 폭이 좁은데다 일부 구간 경우 우안이 사람들 사는 마을보다 더 높다. 따라서 이 구간은 비가 생각보다 조금 많이 와 칠성천이 범람하면 주변으로 넘쳐흐른다. 침수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4년 전에도 칠성천이 넘쳐 주변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포항시가 하천설계를 하면서 시간당 강우량을 40㎜이하에 맞춰하기 때문에 이번처럼 시우량이 100㎜를 넘어가 버리면 하천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하천 설계를 하는 한 업체의 대표는 “태풍 때 비가 500㎜ 오더라도 시간당 40여㎜를 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시간당 비가 40㎜ 이상 내리면 감당이 안된다. 이번처럼 속수무책이다”고 말했다.

대응책은 포항시가 40㎜ 이상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면 된다. 그러나 시는 그렇게 하질 못한다. 10㎜를 더 높여 50㎜의 비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데 에만 상상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포항시 역시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손을 못 댄 이유다. 그러니 시간당 40㎜이상 비가 오면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

칠성천의 물이 최종 합류하는 곳은 형산강인데, 형산강 유속이 셀 경우 칠성천 물이 이를 치고 나갈 수 없는 점도 문제 중 하나다.

다시 말해, 형산강은 하천 폭이 클 뿐만 아니라 상류에서 내려오는 유량이 많아 힘이 칠성천보다는 훨씬 세다.

형산강이 받아 줘야 칠성천 물이 빠져 나가는데, 그러지 못하면 힘이 약한 칠성천 물은 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수위가 서서히 상류 쪽으로 올라가게 되고 어느 순간 되면 하천이 터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칠성천 하류에 배수펌프장이 있긴 하나 칠성천을 범람한 감당 못할 만큼의 물이 한꺼번에 유입돼 버리면 작동할 수가 없다. 이번이 그런 경우다. 조수간만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포항은 육지와 바다 표고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다보니 밀물 때면 항상 주변 수위가 상승한다. 특히 큰 비가 내릴 때 바다가 밀물 상태면 형산강 수위가 1m까지 올라간다.

올해도 6일 오전 10시까지 밀물대가 최고조였다. 밀물이 형산강 물을 떠받쳐 바다로 못 흘러가게 하니 당연히 형산강 수위는 올라갔고, 그 영향으로 칠성천과 지류 등은 속절없이 다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 물들이 갈 길을 못 찾으니 넘치고 넘쳐 철강공단과 포스코 포항제철소로 흘러가 삽시간에 인근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당연히 형산강 강물이 잘 빠지는 썰물 시간대였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에 포항이 입은 피해만큼은 발생치 않았을 수도 있다. 이번에 비가 많이 오기도 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시간이 밀물대여서 포항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하천 분야 전문가들은 전에는 이번만큼의 시우량을 보인 적이 잘 없어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란 데에는 의견을 같이 한다. 기후온난화로 태풍이 자주 올 것이고 엄청난 비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포항체철소와 포항철강공단은 이번과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절실한 이유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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