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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전역 흙탕물 범벅

김주형·김민지기자
등록일 2022-09-06 21:35 게재일 2022-09-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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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간당 110㎜ 폭우로 아수라장<br/>상인들 “명절 상품들 다 버리게 돼”<br/>주민들 “전기·물 끊기고 밤새 뜬눈”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의 차들이 침수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매미, 루사보다 더한 태풍은 처음입니다.”

포항시 남구 해도동 주민 이철현(58) 씨는 흙탕물로 뒤덮인 도로 주변을 치우며 태풍이 올라온 순간을 전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6일 오전 8시쯤 포항지역에 가장 근접했다. 새벽부터 태풍이 지난 포항에는 시간당 11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졌다.


태풍이 동해안으로 빠져나가고 오전에 비가 그쳤지만 침수된 도로가 모습을 드러낸 건 정오 무렵이 되어서였다. 이 씨는 “물이 발목 위 무릎까지 차올랐다”며 “신문지와 테이프로 창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 상륙으로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군데군데 태풍으로 흙탕물을 뒤집어쓴 쓰레기가 가득했다. 건물 상부에 설치된 간판이 뜯긴 곳도 발견됐다. 상가의 전면 유리가 깨지거나 공사현장 가림막이 무너져 내린 곳도 볼 수 있었다.


포항 남구지역은 대송면, 장기면 등이 범람해 지역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인근 농경지와 주택, 차량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도로에는 넘어진 가드레일과 포트홀이 교통안전을 위협했다.


이날 포항 도심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겨 한동안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강풍과 도로 침수 등의 영향으로 포항 시내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가 오전 10시에 운행이 재개됐다. 비가 그친 뒤 출근하려는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형산오거리, 5호광장 등 포항 시내 주요 도로는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였다. 포스코 1문 앞 도로가 침수되면서 교통경찰이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했지만 일반 차량과 화물차, 통근버스가 뒤엉켜 혼잡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밤새 몰아닥친 태풍에 벌벌 떨었던 주민들은 거대한 태풍만큼 큰 피해와 후폭풍을 토로했다.


남구 오천읍 주민 정고은(27·여) 씨는 “새벽 3시에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라는 방송이 울려 잠에서 깼다. 나가보니 승용차 반 정도 높이로 물이 차있었고 고지대로 차를 옮기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혹시라도 태풍에 휩쓸릴까 무서웠다”며 “태풍이 지난 뒤 전기와 물이 끊겨 문제다. 형산강 일대 다리도 거의 다 통제돼 전기 공급도 늦어지고 화장실도 못 가고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태풍 영향에서 벗어난 북구 죽도시장은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를 수습하느라 분주했다.


상인들은 빗자루를 들고 바람에 날아온 낙엽·나뭇가지와 스티로폼 박스와 비닐 등 각종 쓰레기를 쓸어내며 가게 앞을 정리했고, 빗물에 망가진 종이박스와 판매상품을 가득 쌓아올리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찾아온 태풍으로 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문어·대게 등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장수준(51·남구 대도동) 씨는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던 오전 6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새벽에 나왔지만 가게는 물론이고 지하창고까지 30분만에 물이 차올랐다”며 “날이 밝자마자 양수기로 물을 빼내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한시간 반 동안 계단 한 칸 높이의 물만 겨우 빼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어 “지하창고에만 3∼4천만원 어치의 명절상품이 있었는데 다 버리게 됐다”며 “오늘 저녁까지 장사는 꿈도 못 꾼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탄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4일 0시부터 6일 오전 11시까지 포항지역 누적 강수량은 393㎜다. 경북지역에 발령된 태풍주의보는 이날 오후 1시 부로 해제되고 오후 6시 폭풍해일주의보로 변경됐다. 한편,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0분 기준 태풍으로 인한 포항지역 신고건수는 343건으로 그중 인명구조는 160건에 달한다. /김주형·김민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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