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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못 끝냈는데, 바다가 또 넘치면 어쩌죠”

이시라기자·김민지기자
등록일 2022-09-05 19:59 게재일 2022-09-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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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년전 태풍 ‘마이삭·하이선’ 피해 컸던 포항 구룡포지역 찾아가 보니…<br/>‘힌남노’ 내습 대비 만반의 준비<br/> 모래주머니 쌓고 안전물 보강 <br/> 선박들도 밧줄로 꽁꽁 동여 매<br/> 구룡포 7리 마을 20여 가구도<br/>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 마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한 상가에서 안팎으로 강풍과 폭우에 대비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아직 복구도 못 끝냈는데 태풍이 또 온다고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지역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구룡포 일대는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지난해 ‘오마이스’의 잇단 내습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복구를 완료하기도 전에 또다시 초대형 태풍이 내습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포항시의 권고로 마을회관에 대피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7리 저지대 해안가 주민들이 집에서 챙겨온 이불과 옷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포항시의 권고로 마을회관에 대피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7리 저지대 해안가 주민들이 집에서 챙겨온 이불과 옷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주민들은 6일 오전 ‘힌남노’가 포항을 핡퀴며 동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견되자, 이들 태풍의 악몽이 재현될까 싶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5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일대. 짙은 구름 낀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금방이라도 태풍이 불어닥칠 듯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마을 주민들은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태풍으로 입었던 큰 피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주민들은 침수 예방을 위해 모래주머니로 입구 쪽을 막느라 온종일 분주했다. 또 강풍에 대비해 유리창에 창문보호장치를 설치했고, 월파에 의한 주변 시설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보강 조치를 하며 연신 구슬땀을 흘렸다.

바람을 막아 유리가 깨지는 것을 막는 것으로 알려진 방법인 창문에 테이프를 X자 형태로 붙여놓은 집들의 모습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리문을 두꺼운 판자로 막은 남구 구룡포읍의 한 주민이 작은 창문으로 출입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리문을 두꺼운 판자로 막은 남구 구룡포읍의 한 주민이 작은 창문으로 출입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마을 주민 김모(60)씨는 “태풍 마이삭때도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서 민가까지 밀고 들어왔다”며 “집중호우가 가장 큰 변수인데 부디 많은 비가 내리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마을 주민들은 하천의 범람으로 논밭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돌·자갈·나무뿌리 등 임목폐기물을 건져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번 태풍으로 큰 수해를 입은 구룡포 7리 마을 주민 20여 가구는 인근 마을 회관으로 대피를 마쳤다. 마을 주민들은 관측 사상 가장 센 바림이 불 것이라는 예보에 걱정과 불안으로 목소리마저 떨렸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한 어민이 육지에 올린 어선을 단단히 묶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한 어민이 육지에 올린 어선을 단단히 묶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이 곳에서 만난 마을 주민은 “매년 이맘 철만 되면 큰 태풍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가서 올해는 제발 조용히 넘어가 주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그 소원은 역시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면 별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근 구룡포 항포구는 선박 고정작업을 하는 어민들로 가득했다. 역대급 태풍 소식에 구룡포항에는 어선과 대형 선박이 나란히 줄을 맞춰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어민들은 선박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태풍 피해 시 파손을 대비해 포구에 단단히 밧줄을 동여맸다.

30년째 배를 타고 있다는 어민 최모(65)는 “주말에 선박 고정작업을 마무리했지만, 불안해서 몇번이나 다시 줄을 동여맸다”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선박끼리 부딪혀 파손될 우려가 커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김민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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