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부터 휴가다. 폭염과 짜증 나는 현실을 잠시 피해 머리를 식힐 시간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곤두박질쳤다. 불평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불만도 있지만 실망과 아쉬움도 많다. 지지 여부를 떠나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한다.
20%대 지지율로는 국정 동력이 안 생긴다. 공무원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의 항명도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에게 힘이 집중된다. 누구나 두려워하며 눈치를 본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벌써 얕보이고 있다. 힘은 공포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
어느 조사에서나 인사 문제를 지적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하는 사람을 누구든 쓸 수 있다. 이념과 지역도 장벽이 되지 않는다. 조금만 노력하면 반대 정당의 인재까지 쓸 수 있다. 다만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최적의 인재를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대가 꺾인 건 여기서부터다. 사적 인연의 좁은 지인 풀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오랜 인연에 모든 국정을 의지한다고 알려졌을 때 국민은 배신감을 느꼈다. 대통령이 나눠준 그 자리는 ‘내 표’와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이 임의로 나눠줘도 되는 게 아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검찰 이외 경험이 거의 없다. 그게 문제는 아니다. 그 좁은 우물에 자신을 가둬버리는 게 문제다.
특히 검사가 너무 많다. 검사가 모든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서울 법대 출신으로만 채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엘리트주의만이 아니다. 세상일은 유죄와 무죄로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법률가가 많은 정치는 옳고 그름만 따진다. 피고와 원고, 내 편 아니면 적이다. 야당도 전투적인 법률가들의 목소리가 크다. 서로 내 편이 옳다고 고함지르니 대화와 타협이 있을 리 없다. 정치가 실종됐다.
집권당을 보면 더 한심하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20%대로 추락하고서도 반성이 없다.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을 향해 손가락질했지만, 국민의힘도 그대로 행동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노력 없이는 큰 세력이 될 수 없다.
당장 이준석 대표 문제는 너무 성급하고, 서투르게 달려들었다. 이 대표는 대선 때 여러 차례 윤 대통령을 궁지에 몰았다. 이 대표의 힘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게 했다. 인간적으로 섭섭한 앙금이 남았을 수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노출한 문자를 보면 이 대표를 향한 불편한 감정이 ‘윤핵관’들의 과잉 충성 탓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대표를 밀어낸 방법은 너무 속이 보인다. 그런 무리한 방법은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나름의 세력이 있다. 아무리 얄미워도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이 대표의 팬덤만이 아니다. 이 대표를 공격하는 전선에 극우 인사들을 배치해 집권 세력 스스로 극우의 틀에 갇혔다. 중도와 젊은 층을 모두 밀어내는 패착을 뒀다.
아직 선거가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 2년은 심각한 여소야대를 견뎌야 한다. 그동안 야당의 협조는 어떻게 얻을 것이며, 2년 뒤 선거는 왜소해진 정당으로 치를 것인가. 젊은 유권자는 현재의 그 숫자가 아니다. 점점 비중이 커지는 세력이다. 전쟁을 잘하는 사람이 국정도 잘하는 건 아니다. 잡음이 많이 이는 게 그 부분이다. 가장 믿는 측근은 위기 때를 위해 아껴두는 법이다. 최고의 전문가를 앞세우고, 가까운 사람들은 잠시 뒤로 물리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검사다. 옳고 그름이 분명하다. 직진한다. 그러나 정치는 법정이 아니다. 지킬 것과 내줄 것을 구분해야 한다. 대화하고 타협하고 양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도 대통령이 보호해야 할 국민이다. 단호한 장악력도 필요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은 절제가 필요하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본사 고문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