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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터지는 저장고 ‘재고 늪’에 빠진 쌀

피현진기자
등록일 2022-07-18 20:29 게재일 2022-07-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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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産 쌀 51만8천여t  <br/>산지가격 하락세에 판로 막혀<br/>지역 농협 RPC에 7만7t 쌓여<br/>가공업체 계약 해지도 잇따라<br/>햅쌀 출하땐 ‘대폭락’ 불보듯<br/>정부, 가격 안정화 서둘러야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해서 하락한 산지 쌀값으로 판로가 막히면서 각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비RPC 등 쌀 저장고에 재고가 쌓여 있어 올해 수확기 본격적으로 햅쌀이 생산되면 최악의 쌀값 파동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4천851원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5만5천원까지 오른 후 지속해서 하락하다가 지난 5월부터는 최근 5년간 평년 가격(약 4만7천원) 밑으로 떨어졌다. 쌀값이 이렇게 하락하자 정부는 잇따른 쌀 추가시장격리 추진하고 있지만 쌀값 안정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경북의 경우도 재고분 쌀 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18일 경북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에서 생산된 쌀은 51만8천여t으로 현재 각 지역 농협 RPC에 7만7t정도의 재고가 쌓여 있다. 이는 지난해 6월말 기준 3만4천t보다 4만3천t(120%) 가량의 재고가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1년산 쌀 10만t을 3차 추가 시장격리 공매키로 했지만 경북에 배정된 물량은 1만4천여t에 그쳐 6만3천여t의 쌀을 여전히 남는다.


RPC는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벼를 가공 유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올해는 쌀값 하락에 공장 가동은커녕 손도 못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북농협은 현재 재고분 판매를 위해 쌀팔기 운동도 자체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직원 등을 대상으로 매일 쌀을 얼마나 팔았는지 보고케 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문제는 올해 생산된 햅쌀이 약 두 달 뒤면 시장에 나온다는 것이다. 햅쌀이 나오면 지난해 생산된 쌀을 헐값으로 밀어내기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쌀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즉 현재 재고 쌀을 보관하면 할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햅쌀이 생산되면 창고마다 자리가 없어 쌀을 창고 밖에 야적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도 만들어진다.


실제로 쌀값 폭락에 쌀 가공업체들은 미리 낸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쌀을 사가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건조 벼 전량을 쌀가공업체들과 업체별로 계약금 약 2억원을 미리 받고 매각을 완료했지만 쌀값이 떨어지며 계약해지가 잇따랐다. 신포항농협은 올해 초 건조 벼 전량을 쌀가공업체들과 업체별로 계약금 약 2억 원을 미리 받고 매각을 완료했지만, 쌀값이 떨어지며 계약해지가 연이었다.


쌀값 하락에 각 지역 RPC 관계자들은 2020년 신설된 양곡관리법 제16조 4항 ‘가격안정을 위한 양곡의 수급 관리’ 조항에서 ‘미곡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거나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이상 또는 이하를 매입하게 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을 ‘매입해야 한다’라는 의무조항으로의 법 개정을 통해 적기에 양곡수급관리을 통한 가격안정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RPC운영협회 관계자는 “지금 정부의 대응으로는 쌀값 대폭락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양곡관리법 중 가격안정을 위한 양곡수급관리를 의무조항으로 변경해 적극 개입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올가을 대폭락을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자율적 양곡시장에 맡길 것이 아니라 2022년산 쌀값 안정화 및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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