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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다

등록일 2022-07-14 19:06 게재일 2022-07-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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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저의 대선 슬로건을 ‘사람이 먼저다’로 정했습니다. 이념보다, 성공보다, 권력보다, 개발보다, 성장보다, 집안보다, 학력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어 보자는 거죠.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슬로건이 우리를 이끌고, 시대를 이끌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2012년 7월 15일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트위터에 올라있던 글이다. 정철이라는 카피라이터가 대선캠프 슬로건으로 만든 문구라는 ‘사람이 먼저다’는 인권변호사란 타이틀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한 ‘사람’이란 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통명사가 아니었다. 자기들 편이 아니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서 배제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사건이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당시 정부의 발표는 그들이 동료 어부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으며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어 강제 송환했다는 것인데, 법적인 측면에서나 인도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들이 탈북을 결행한 진상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몇 주에서 수개월은 수사를 해야 할 일인데, 고작 2, 3일 신문을 하고 황급히 북송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쪽에서 송환 요구를 하기도 전에 강제 북송을 통보한 것은, 몇 주 후에 열릴 한·아시아 특별정상회의에 북한의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환심을 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면으로까지 귀순의사를 밝혔음에도 눈을 가리고 결박을 한 채 판문점으로 끌고 가서 북한군에 넘겨준 것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위법의 소지가 다분한 반인륜적인 처사라는 것이 사계의 중론이다. 문재인 정권이 자행한 그런 조치의 과정 어디에도 법치나 인권에 대한 고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을 한 번의 과오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해양수산부 직원이 표류 중 북한 경비정에 발견되어 사살 소각되기까지 방치하다 뒤늦게 월북몰이로 조작하는 한편, 당시 정황에 대한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증거인멸까지 저질렀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가면 뒤에 사악한 반인도적인 얼굴이 숨어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자기들 이전 정권에 대해서는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온갖 무리한 죄명으로 먼지 털이씩 수사를 해놓고 막상 저들의 적폐가 드러나자 수사팀을 해체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수사를 방해하고 급기야는 법을 바꿔서 ‘검수완박’까지 자행한 사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 속에는 저들 편이 아닌 사람은 아예 없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서 이제 그 진상이 하나씩 밝혀지자 지난 정권 당사자들은 당연히 극구 부인하고 정치보복이니 검찰공화국이니 뒤집어씌우기에 혈안이지만, 인과응보요 사필귀정이란 말을 믿어보고 싶다. 사악하고 이율배반적인 무리들의 두 얼굴을 백일하에 밝히는 것만으로도 현 정권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절반의 역할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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