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인 7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었다. 1987년 7월 11일에 유엔개발계획(UNDP)은 세계 인구가 50억 명을 넘자 이날을 지정해서 기념했다. 원래는 인구 증가로 인한 환경 파괴, 자원 고갈, 식량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정했지만, 현재 선진국들은 오히려 저출산 현상을 염려하고 있다. 늘어도 고민, 줄어도 걱정인 것이 인구 문제의 딜레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작년과 재작년의 출산율은 세계 198개국 중에서 연거푸 꼴찌였다. 올해 한국인의 중위 연령은 45세로 더 높아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2067년에 3천90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필자가 살고 있는 포항시의 인구가 50만명 아래로 감소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50만 붕괴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포항시는 그간 총력을 다했지만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행정 권한과 정부 지원금 등의 축소를 막기 위해서는 2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 50만 인구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이 처한 현실의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인구 문제를 이야기할 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조영태 교수가 말했던 ‘정해진 미래’라는 담론이 자주 사용된다. 이 말을 언뜻 들으면 비관적 결정론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조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정해진 것은 사회적 미래일 뿐, 개인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인구는 정해진 시간표대로 진행하지만, 미래를 선택하는 개인들의 삶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인구 감소로 고민에 빠진 포항시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0년에 결혼하면서 포항 시민으로 정착한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포항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랑에 빠져서 포항에 왔는데 어느덧 포항과 사랑에 빠져 버렸네요”
정보라 작가의 부커상 수상은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현재 정 작가는 포항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을 집필해 나가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포항을 떠난 사람도 있지만, 정 작가처럼 포항에 이주해서 지역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나가는 인물도 있다. 난 자리를 서운해하지 말고 든 자리를 귀하게 여기다 보면 지방의 인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의외의 장면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정해진 미래에 속한다.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과밀화 현상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다. 그런데 우리는 “포항만큼 SF에 어울리는 도시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정보라 작가의 창작 활동이 불러일으킬 나비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때로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 지역에 대한 개인의 꿈과 열정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