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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 내과의사 의미 없는 7차 공고…연봉 3억 원 슈바이처 아니면 안 와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22-06-30 14:08 게재일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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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보건의료원(원장 김영헌)에 근무할 내과 전문의사를 지난해부터 모집공고 했지만 9개월이 지나도록 응모하는 의사가 없다.

울릉군보건의료원은 원장과 정형외과의사를 제외하고 모두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사로 구성돼 있지만, 울릉도에서 가장 필요한 내과 의사가 충원되지 않아 진료 공백이다.

이에 따라 울릉군은 지난해 9월 17일 월 급여 2천500만원(연봉 3억 원)과 숙소제공을 조건으로 1차 공고를 낸 후 지금까지 7차 공고를 냈지만, 응모의사가 없다.

울릉군보건의료원은 대한의사협회, 대구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는 물론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의사 전문사이트에 공고했고, 의사개인에도 구인 문자를 보냈다.

진료 중인 김영헌 울릉보건의료원장
진료 중인 김영헌 울릉보건의료원장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이면 백번 공모해도 응모할 의사가 없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이런 조건이면 육지 병원에서도 서로 모셔 가는데 도서지역 울릉도까지 올 리가 만무하다. 

슈바이처 정신으로 근무한다면 모르지만, 육지보다 낮은 월급으로 의사가 응모할 리 없다는 지적이다. 공식사이트인 경북의사회 홈페이지 ‘구인·구직 임대’에 들어가면 의사모집공고를 확인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포항 H 종합병원은 세금을 제하고 월 1천800만 원에 공모했다. 세전 금액이 연봉 3억 원이다는 것이다. 포항의 대형 A 병원 정형외과 의사도 연봉 3억 원에 모집공고를 냈다.

포항 B 종합병원도 정형외과 세금공제 후 2천500~2천550만 원에 모집하고 있다. 의사들에 따르면 거의 4~5억 원 대수준이다는 설명이다. 또한, 크게 바쁘지 않은 요양병원에도 연봉 3억 원에 모집 공고가 나와 있다.

울릉군보건의료원 응급실
울릉군보건의료원 응급실

이들 병원은 나름대로 내부적으로 의사 모집했지만, 의사를 구하지 못해 공개적으로 구인·구직공고를 냈다, 그런데 연봉 3억 원에 울릉도까지 올 의사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전문사이트의 댓글이 가관이다. "연봉 3억 원에 울릉도에 갈 의사가 없는지 뻔히 알면서 왜 구인공고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은 물론, 계속 의사를 공모하는 김영헌 울릉보건의료원장을 조롱하는 듯한 글도 올리고 있다.

김 원장은 의료, 진료업무도 과한 데 이 같이 안되는 줄 알면서 속 보이는 의사모집공고를 계속하면서 마음의 상처도 받고 의욕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릉군보건의료원에 근무할 의사는 공무원 신분이 된다. 

그러면 당연히 울릉군청 총무과에서 모집공고를 내야 한다. 하지만, 육지보다 의료업무가 훨씬 과중한 울릉군보건의료원에 의사모집 공고를 맡겨놓고 울릉군은 손 놓고 있다.

울릉군보건의료원 의료시설
울릉군보건의료원 의료시설

울릉군보건의료원장은 임기제 4급 상당의 공무원으로 연봉이 1억 원 미만이다. 연봉 3억 원을 준다는데도 마다하고 울릉군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근무하는 원장을 사지로 내모는 꼴이다. 

김 원장은 울릉군보건의료원에 처음에는 공중보건의사로 두 번째 울릉군보건의료원장으로 이번에 또다시 울릉군보건의료원장으로 3번째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울릉도환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일반 의사의 3분 1도 안 되는 적은 연봉이지만 나름대로 사명감 갖고 울릉주민들을 위해 일 해보려 했지만,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는 질타와 의사 세계에서 조롱을 받아가면서 일 할 수 없다면 사표를 낸 상태다.

울릉군보건의료원 코로나19선별진료소 운영
울릉군보건의료원 코로나19선별진료소 운영

김 원장은 “의사들 사이에서 연봉 3억 원으로 의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계속 의사모집을 한다고 바보 아니야 라는 소리를 듣는다”며“내부적으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받느니 차라리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장은 진료에 전념하도록 하고 채용은 울릉군이 맡아야 한다. 더욱이 3억 원에 의사를 구하는 것은 슈바이처가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울릉군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주민 C씨는 “연봉 1억 원도 안 되는 유능한 의사도 관리를 못 하는 울릉군이 연봉 3억 원으로 의사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의사 관리는 커녕 좋은 의료서비스행정은 이미 물 건너갔다.”라고 말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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