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미끈유월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미끄러지듯이 흘러 곧 하반기로 접어든다. 한해가 시작된지 엊그제 같은데 대선과 지선의 큰 너울을 지나고 나니 벌써 여름이고, 태양도 북회귀선을 지나 남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낮의 길이도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시간은 영속적으로 흐르는 나그네(百代之過客)라 하지만, 천체의 운행과 자연만물의 현상에 근거해 연월일시와 춘하추동 따위의 구분과 마디를 정해 놓고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평하고 균등한 것인데, 그것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정도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컨대 똑같은 시간이라도 어린아이에게는 더디게만 느껴지고 노인에게는 너무 빠르게만 여겨진다거나, 힘겨운 시간은 지루하고 느리게 가는 것만 같고 기쁘고 좋은 때는 금세 지나가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이른바 ‘시간의 상대성’같은 거창한 이론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우리는 제각기 시간을 짧은 듯한데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반면, 많은 시간임에도 하릴없이 허비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이렇듯이 시간은 절대적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활용의 방법이나 가꾸는 정도에 따른 산물은 다분히 상대적인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나 어떤 일에 마디나 매듭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식물의 줄기에서 가지나 잎이 나는 부분을 일컫는 마디는, 생장이나 분화가 진행되는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나무가 휘어지지 않고 똑바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줄기의 중간중간마다 생겨난 단단한 마디가 있어서 아무리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마디와 매듭이 있는 삶 또한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마디는 시간을 지탱해주고 삶을 확장시켜주는 시련이자 지혜의 응축이고, 매듭은 진일보를 위한 정리와 각오인 셈이다. 즉, 식물이나 사람은 마디와 매듭을 통해 튼실하게 진화하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짧게는 하루, 한달의 계획이나 마감이 중요하고 길게는 분기나 반기, 일년의 목표나 실적을 산출하고 집계하는 것도 일상이나 사회생활에도 마디와 매듭이 두루 적용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5년이나 10, 30년의 중장기적인 청사진이나 자취를 반추하고 정리하는 것은 미래의 포석을 위한 세월의 마디가 그만큼 중차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의 마디가 약해지면 늘어지거나 부러지기 쉽고, 하는 일들에 마무리가 없다면 성패와 득실을 알 수 없거나 곤고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관과 중심을 잡고 끊고 맺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듣곤 한다.
마디와 매듭은 멈춤이 아니라 더욱 강건해지고 유연해지기 위해 안으로 집중하여 자신의 밀도를 높여 나가는 힘이다. 학업이나 취업, 결혼 등 우리는 삶의 수많은 마디를 거치면서 매듭을 짓고 또 새로운 마디로 나아가게 된다. 제대로 마디가 갖춰지고 매듭 또한 잘돼야 삶과 일도 온전해지고 가치로워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