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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

등록일 2022-06-22 18:07 게재일 2022-06-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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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2022년 현재.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한국 대학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수도권에 있는 ‘SKY’ 중심의 소수 대학과는 무관한 일이지만, 지방에서는 그 위기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는 비유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국립대학은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학과 통폐합 혹은 폐과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물론 지방 대학 위기의 원인이 학령인구 감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와 젊은 세대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지역의 인프라 등은 지방 대학 신입생 충원율이 떨어지는 중요한 이유이다. 지자체, 대학, 기업이 연대한 ‘공유 대학’이 출범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위기는 기회다. 지방 대학이 처한 지금의 상황은 변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지역의 국립대학이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사립대가 퇴직 교수의 후임을 안 뽑거나 비전임으로 채용하는 동안 국립대학은 빈자리를 빠르게 채웠다. 필자가 속한 학과의 최선임 교수는 50대 초반이며, 최선임 교수가 40대 후반인 학과가 주위에 다수 존재한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이 마무리되면 지방 국립대학 교수들은 50세 전후가 중심이 될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오는 8월 정년을 맞이하는 교수의 고별 강연에 참석했다. 그분은 1981년에 진주로 내려오셔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자신의 연구를 기반 삼아 지역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셨다. 필자가 알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 교수들의 서사도 이와 유사하다. 한 마디로 지역에서 동학들과 학문 정진에 힘쓰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교육에 매진하는 삶의 이정표가 살아 있는 세대였다.

이제 신임 교수들이 학교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해야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과거와 다르게 학계·사회의 경계가 명확해진 점, 신임 교수들의 개인주의적 성향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역과 연고가 없는 신임 교수들이 지역과 연계되어 활동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 혹은 특정 대학 출신 교수들이 장악한 기득권을 넘어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우리 대학에 부임하며 지역과 학교 발전에 대한 나름의 계획과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입사 1년 차에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조교수 협의회’를 만들겠다는 후보자에게 투표했던 기억이 뚜렷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어느 것 하나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무능력이 가장 큰 탓이겠지만,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카르텔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이상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지방 대학의 위기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제까지의 역사가 보여주듯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해진 미래임에도 중앙과 현장,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다. 젊어진 대학의 주체들을 제도 혁신의 일꾼으로 이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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