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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이웃에 스미고 싶어

민향심 시민기자
등록일 2022-06-19 18:53 게재일 2022-06-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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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자원봉사자의 대모’ 천복숙씨
오랜 세월 봉사와 나눔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해온 천복숙 씨.
경산시 자인면에 ‘자원봉사자의 전설’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 길을 나섰다.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자인면 옥천리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물어물어 찾아간 시골집.

거기서 꽃을 가꾸고 있는 경산시 자원봉사자의 대모 천복숙(67)씨를 만날 수 있었다. 듣던 것처럼 위풍당당하고 단아해 보였다.


면 소재지에서 옥천리로 이사를 위해 6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손수 자연 친화적인 조경을 가꾸었다는 천씨. 대문 앞 담장에는 100살을 훌쩍 넘긴 멋진 떡버들나무가 서 있었다.


뿐 아니라 어름나무, 각종 야생화와 다육식물 등을 어찌나 예쁘게 가꾸었는지 집주인의 야무진 삶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녹아들어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지역의 자원봉사 현장에서 스쳐간 인연으로 무턱대고 찾아간 내게 “우야꼬. 바쁜 사람이 시골까지 연락도 없이 어찌 왔을까?”라며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천 회장에게 “제가 회장님을 억수로 좋아한다 아닙니까. 적십자봉사단의 선배님이기도 하시고요. 옥천리에 비밀의 정원을 꾸미고 계신다기에 취재차 왔심더”라고 답했다.


신문에 실린다고 하면 만남에 응해줄 사람이 아니기에 능청스런 너스레로 위기를 넘기며 취재를 시작했다.


천복숙 씨는 30년 전쯤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두 명의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인초등학교 운영위원, 교통심의의원 자인적십자봉사회장으로 10년을 활동하면서 ‘김장 나눔’, ‘밑반찬 나눔’, ‘독거노인 돌보기’, ‘연탄 나눔봉사’, ‘긴급 구호활동’, ‘위기가정 돕기’,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또한, 봉사기금 마련을 위해 일일찻집과 바자회, 아나바다 등을 통한 모금활동을 전개해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통 크게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 활동을 인정받아 3년 연속 경산시 대표로 적십자사 지사장 표창을 받았다.


“제 삶에서 이웃과 함께 한 30여 년 봉사자로서의 추억만큼 소중한 게 또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천씨는 “지금처럼 경제사정이 윤택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저소득층에게 연탄 한 장, 김장 한 포기가 너무나 귀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자인만 해도 시골인데 주위에서 위기에 처한 가정이라며 독거어르신 댁을 소개해줘서 가보니 방안에 떠놓은 물이 얼음이 돼 있었어요. 회원들과 상의해 연탄 500장을 들여놨었죠”라는 추억도 떠올렸다. 연탄을 받은 노인은 연신 눈물을 닦으며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나눔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래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저도 칠십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도시생활을 접고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자비와 보시행을 실천하며, 형편에 맞게 고요한 강물처럼 이웃에게 스미고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이 힘들 때 우리 집 정원으로 놀러 와서 힐링하고 가세요.”


오랜 세월 지역을 위해 헌신한 봉사자 천복숙 씨의 모습은 대문 앞 떡버들나무의 의연함과 닮았다. 눈과 비바람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허리를 곧추세우고 긴 세월을 살아내며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는 떡버들나무 말이다.


이웃과 함께 잔잔한 강물처럼 살고 싶다는 천복숙 씨의 희망이 그가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처럼 세상 속으로 스며들기를 소망해본다.


/민향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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