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머리 신발 양말 다~다 젖습니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존조로존조로존~!”
최근 게시된 지 2개월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천922만 회를 기록한 동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몰이의 주인공은 유명 놀이공원의 전직 캐스트(기간제 노동자)인 김한나 씨다. 그녀는 본명보다 ‘소울리스좌(soulless座)’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해당 동영상은 ‘아마존 익스프레스’라는 놀이기구 체험에 대한 안내 멘트를 랩으로 표현한 것이다. 흥겨운 랩이 전달하는 유일한 주제는 ‘이 보트를 타면 젖는다’이다. 무심한 눈길과 기계적인 몸짓의 래퍼는 또렷한 발음으로 ‘주의 사항(물에 젖음)’을 2분 30초 동안 재미있는 가사로 전달한다.
소울리스좌는 ‘영혼 없이(soulless) 일하면서 최고의 경지(본좌·本座)에 오른 직장인’을 뜻한다. 얼핏 들으면 부정적이면서 속되게 느껴지는 이 말이 2030세대 직장인들에게는 큰 공감을 얻으면서 긍정의 프레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감정노동자에게 ‘소울리스’는 마음의 에너지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방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필자는 주변의 2030세대에게 소울리스좌 현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청년 직장인들은 주어진 업무는 능숙하게 수행하지만, 감정과 에너지는 절제하는 캐릭터로 소울리스좌를 인식하고 있었다. 평생직장을 바라기 힘든 사회 여건과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은 상황도 젊은 세대가 소울리스좌에 공감하는 원인 같았다.
그렇다면 김한나 씨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BBC 뉴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김 씨는 “영혼이 없다는 것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최적의 효율을 찾아서 일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일했고, 현재는 그 결과물이라고 답하는 그녀의 얼굴은 밝고 환했다.
소울리스좌 현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페셔널’의 의미를 재정의해 주고 있다. 출중한 능력과 무한한 열정이 조화를 이룬 사람을 프로라고 한다면, 소울리스좌는 무언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네티즌이 “목소리는 힘차지만 눈에 영혼이 없는 그녀는 프로다”라고 쓴 댓글처럼 청년 세대의 가치관은 바뀌고 있다.
소울리즈좌는 사람들에게 ‘따라 하기’의 욕망을 부추긴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가사와 흥겨운 리듬을 따라 하지만, 점차 자신의 영혼은 안녕한지 돌아보게 된다. 영혼이 없어 보이는 표정에서 ‘내 영혼은 소중히 지킨다’는 무언의 다짐을 읽어 내기도 한다. 23세의 소울리스좌가 젊은 직장인들에게 일종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김한나 씨는 현재 같은 직장의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겨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소울리스좌 열풍’은 계속될 듯하다. 어쩌면 2030세대의 인식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고, 소울리스좌 현상은 때마침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소울리스’가 ‘번아웃’의 대안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청년 세대의 영혼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