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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정치, 국민의힘도 경계해야

등록일 2022-06-06 20:02 게재일 2022-06-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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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민주당이 시끄럽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한 뒤끝이다. 4년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광역단체장 14곳을 모두 차지했다. 이번에는 경기·제주와 호남, 5곳에 그쳤다. 기초단체장도 145 대 63, 절반도 안 된다. 서울에서만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개 구청장을 싹쓸이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17 대 8로 완패했다.

이게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정당 지지도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4월까지만 해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런데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6월 첫째 주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48% 대 27%로 벌어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선거 패배의 책임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이다. 크게는 친 이재명파와 반 이재명파로 갈라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선거에서 참혹하게 패배하고도 그 원인을 찾고, 반성하기는커녕 네 탓 공방이다. 당권 욕심이 앞선다. 먹을 것이 거덜 난 집에서 남은 부스러기를 놓고 다투는 꼴이다.

대선에서 국민은 분명히 민주당을 심판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았고, 지방선거에서 다시 심판받았다. 2년 전 총선에서 183석(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을 얻은 뒤 오만했다. 민주당 강경파는 이 힘을 사용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원 구성부터 독식하며 압박했다. 여론조사는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응원했다. 국정은 동화 속 이념의 포로가 됐다. 민생 현장보다 ‘우리 정책’은 무조건 옳다고 우겼다. 지난 5년만큼 국민이 분열하고, 진영대결이 극심했던 때가 없다. 조국·추미애 전 장관의 오만이 대통령까지 만들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받은 지지율은 38.77%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표는 33.35%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33.84%보다 적다. 여기에 열린민주당(5.42%)을 합쳐야 겨우 조금 더 많다. 그래봐야 40%가 안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에 감당 못할 많은 의석을 몰아준 건 엄청난 사표를 만들어내는 선거제도, 위성정당을 이용한 속임수다. 그런 자기 속임수에 스스로 넘어가 오만의 길을 걸었다. 제도의 허점 덕에 다수 의석을 확보해놓고, 적은 대선 표 차이는 인정하지 못하고, 불복하는 듯한 행보를 해왔다. 대선 뒤 하루도 허니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권을 넘기는 순간까지 대못질을 계속했다. 여론은 분명히 반대했다. 그런데도 2차 ‘검수완박’ 법을 밀어붙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기 직전 못을 박았다. 물러나는 순간까지 임기 2년, 3년의 공직을 ‘내 권리’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것이지 개인의 권리가 아니다. 퇴직금은 더욱 아니다. 정부를 ‘머리 따로, 손발 따로’로 만드는 건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잘못된 행태를 사과했지만, 비난 폭탄만 맞았다. 강경파 의원들은 조롱을 반복한다.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만의 진실을 만든다. 정치를 게임처럼 한다. 진심은 보이지 않고, ‘작전’만 있다. 국민은 대상이지 상전이 아니다. 이런 식의 정치가 전투력은 강하다. 정치의 팬덤화가 대중화에는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약자와 소수자를 인정하고, 정치적 경쟁자를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톨레랑스가 사라지면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건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심이 조금만 움직여도 전체 의석수는 크게 차이 난다. 인구와 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은 아주 적은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미풍만 불어도 선거 결과에는 태풍이 된다. 이번 승리로 오만하면 국민의힘도 회초리를 맞는다. 대선이건, 지선이건,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상대가 스스로 무너져 얻은 승리다. ‘하고 싶은 대로’하면 또 뒤집힌다. 역대 선거를 봐도 승부는 지는 쪽이 결정한다. 2년 뒤 총선, 또 그다음 선거는, 바람이 어디로 불지 모른다. 겸손해야 한다. 권력을 쥐었을 때 더 잘해야 한다.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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