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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그릇, 소리명상

등록일 2022-06-06 18:05 게재일 2022-06-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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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내기를 마친 들녘의 저녁때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개구리 소리가 왕왕거린다. 어둠이 깔리면 간간이 소쩍새 소리가 별빛처럼 내려앉고, 심심찮게 부엉이 소리도 드문드문 밤을 수놓고 있다. 자연은 이렇게 수시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온갖 새소리가 새벽을 열어주고 물소리 바람소리가 마음의 청량감을 더해주는가 하면, 시원한 파도소리는 바다처럼 늘 깨어 있으라 철썩이고, 맑게 흐르는 시냇물은 지침없이 부지런하라며 끊임없이 졸졸거린다.

자연은 어쩌면 거대한 음악회장이다. 풀밭을 스쳐가며 잎새를 흔드는 바람은 부드러운 선율이 손끝에서 묻어나는 하프같고, 늦거나 빠르게 맴도는 듯 쉼없이 흐르는 물은 장엄하게 연주되는 첼로 같으며, 나는 듯 거침없이 떨어지며 수만 갈래로 부서지는 폭포수는 끝 모를 스토리가 담긴 피아노 소리같다. 거기에 플룻이나 대금 같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구성진 새소리와, 한가롭거나 무단히 울부짖는 짐승들의 어설픈 외침은 악보 없는 관현악의 합주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연의 소리는 그저 그렇게 시시각각 울리고 변주되며 곡조를 타지만, 전혀 싫거나 거북하지가 않다. 자연의 음률은 너무 시끄럽거나 거칠지 않고 부드럽고 우아하며 편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면 여지없이 듣게 되는 자동차 소리나 공사장의 소음, 공장의 기계음 등은 언짢거나 기피하고 싶지만, 많이 접하고 들을수록 자연음은 마음이 맑아지고 심신의 평온함을 가져다주기에 사람들은 자연을 즐겨 찾고 힐링의 시간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자연을 접하지 않고도 거의 자연에 가까운 소리를 들으며 공감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른바 노래하는 그릇 ‘싱잉볼(Singing Bowl)’은 충분히 그것을 가능케한다. 히말라야에서 비롯된 명상 주발 ‘싱잉볼’은 독특한 소리와 깊은 울림으로 진동의 하모니를 느끼게 하여 몸과 마음의 안정과 힐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명상 치유법의 일종이다. 인간의 몸이 70%가 물로 되어 있고, 소리는 물을 통해 5배 이상 빠르게 이동하기에, 몸 전체를 자극하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으로 울림의 파동과 진동의 파장으로 신체의 긴장이완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신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사운드 테라피 명상법이기도 하다.

최근에 필자는 ‘부부 행복 명상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실제 싱잉볼을 체험하고 소리를 통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싱잉볼의 고요한 소리가 주는 아늑함과 미세한 진동이 온몸에 전해지는 가슴떨림을 느끼면서 오묘한 울림의 세계에 흠뻑 빠져드는 것 같았다. 우주의 근원적인 어떤 소리같기도 하고, 깊은 메와 골에서 그윽하게 퍼지는 산명(山鳴)같은 울림을 몸소 느끼는 시간은 그야말로 무아경(無我境)이었다고나 할까?

소리는 진동이고 울림이며 물결 같은 에너지다. 저마다 제 목소리를 크게 내며 살아가는 시대에 자연과 타인의 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하여, 배려와 존중이 공명(共鳴)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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