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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재건

등록일 2022-05-19 18:09 게재일 2022-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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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난 25일 재건국민운동본부에서는 1차로 국민운동을 실천해야 되는 몇 가지 사항을 발표하였다. 우리 어린이가 꼭 알아야할 일은 ①아침·저녁 인사에 ‘재건합시다’를 불러야 되며 ②농사 돕기를 서로 권하고 ③자기 일은 자기가 하고 ④산과 들을 잘 가꾸고 ⑤푼돈을 모아 저금을 하며 ⑥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버스나 전차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나 앓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등의 운동을 일으키게 하자는 것이다.” 1961년 7월 30일 자 부산일보의 기사다. 아마도 195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기억을 할 것이다.

물론 ‘재건국민운동’은 어린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운동이 아니었다, ‘재건국민운동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하여 전 국민이 민주주의이념 아래 협동단결하고 자조자립정신으로 향토를 개발하며 새로운 생활체제를 확립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7가지 실천요강은, 용공중립사상의 배격, 내핍(耐乏)생활 실천, 근로정신 고취, 생산 및 건설의식 증진, 국민도의 앙양, 정서순화, 국민체위 향상 등이었다. 구체적인 세부항목에는 민족긍지의 앙양, 수입 내 지출, 창의력 앙양, 협동적 생산활동, 부정부패 배척, 국민단합, 전통계승 등을 담고 있었다.

얼마 전 텔레비전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보다가 참 오랜만에 ‘재건’이라는 말을 들었다.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혁명공약을 연상케 하는 이 말은 지금의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초에 쓰였던 재건이라는 말이 지금 다시 소환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지난 9일에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짐한 여러 공약들 중에 단 한 가지만을 달성했다는 게 과반수 국민의 중론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그것이다. 그 ‘한 번도 경험하니 못한 나라’는 한마디로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나라였다. 그릇된 이념으로 경제와 외교를 망친 것도 모자라 법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정권이었으니, 나라를 정상화한다는 의미의 재건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한 형편이다. 물론 60년 전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으니 이 시대에 필요한 재건운동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새 정권은 지나친 의욕이나 영웅심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루려는 것보다는 상식을 회복하는 일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거짓과 위선, 조작과 공작, 포퓰리즘과 프로파간다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내로남불, 후안무치, 적반하장, 자화자찬이 상식인 양 횡행하는 나라를 바로 잡으려면 대통령부터 영웅이나 혁명가가 아니라 건강한 상식을 가진 진솔하고 소탈한 인품이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진정성으로 국민 앞에 서기 바란다.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를 고치는 것 못지않게 무너진 상식을 재건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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