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현동면 인지리 청·장년회에서 주민 단합 및 어르신을 위한 경로 효잔치를 마련했다. 인지리는 세곡, 부곡, 도곡, 손달, 추강 이렇게 다섯 마을이 모여 이루어졌다. 산과 들과 개울이 전부인 마을에서 주민 대부분은 사과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이곳 청·장년회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마을을 위한 봉사도 한다. 농약병과 농약봉투, 폐비닐 수거는 물론 제방 풀베기 작업도 솔선해서 하는 터라 마을 산책로는 언제나 산뜻하다. 그렇게 모은 기금으로 이번 잔치를 주선했다.
코로나로 인해 어르신들을 한 자리에서 뵐 수 없어 늘 안타까웠다. 수시로 닫아야 하는 경로당 문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잔치를 열어 그동안 움츠렸던 어르신들과 주민들을 위로하기로 했다. 사과꽃 향기 같은 마음들이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출향인과 동네 주민, 지역 농협 직원까지 약 200여 명이 잔치에 참석하니 그야말로 성황이다. 한동안 만나지 못해 소원했던 이웃들이 한데 어우러져 웃음꽃을 피운다. 오월 산천에 흐드러진 꽃보다 이들 사람꽃이 더 눈부시다.
잔치에 노래가 빠지면 서운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명창들이 마이크를 내려놓자 주민들 차지가 된다. 너나없이 그동안 참았던 흥을 아낌없이 발산하느라 거랑 물도 신이 나서 출렁거린다. 흥은 갈수록 살아나는데 어르신들은 애쓴 젊은이들을 배려하느라 살그머니 자리를 뜨신다. 이른 봄부터 사과나무 가지치기 작업하랴 방제 작업하랴 풀베기하랴 여념 없었던 청·장년들이 그제야 편하게 여흥을 즐긴다.
마을 청·장년회에서 잔치에 쓰려던 예산은 그대로 남았다는 후문이다. 출향인을 비롯하여 풍성한 잔칫상에 마음 써준 분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때문이다. 갖가지 떡을 선물한 이웃, 귀한 홍삼을 선물한 출향인 등 마을을 아끼는 이들이 제각기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느라 잔치는 더없이 풍성했다. 오래도록 있어 온 이 아름다운 풍속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몸도 마음도 건강한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월수 시민기자